北 달래기서공세 전환-김대통령 8.15경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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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金泳三대통령의 8.15경축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통일은 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南北韓 사이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는 선언에서 나타나듯북한은 더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철학에 대한 의혹半 질시半의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북한에 대해 분홍빛 손짓을 보내던 역대의 8.15경축사가 아니라『개방과 개혁을 서둘러 빨리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따라오지 않으면 자멸할 뿐』이라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북한을 구슬리고 달랜다기 보다는 우리 방향으로 따라오라는 일방적 통고를한 셈이다.
경축사 곳곳에는 金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드러나있다.『세계사는 이미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다』『한반도에서도 냉전의 시대는 끝났다.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실험이 실패로 귀결된 20세기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자유민주주의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반드시 수호될 것이다』는 등이 그것이다.
자연 통일한국의 미래상도『계급이나 집단중심의 이념보다는 인간중심의 자유민주주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새 통일방안 마련의 두 주체인 李洪九부총리겸 통일원장관과 청와대의 鄭鍾旭외교안보수석은『대통령은 한반도의 남쪽에서 민주화투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한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북쪽에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열망을 지니고 있다 』고 설명한다. 실제로 金대통령은 지난 7월중순 金日成사망후 자유민주주의를 골간으로 한 통일방안의 정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과거와는 달리 할 말은 모두 하는 대담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에 대해서도『과감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며『이산가족 문제는 물론 억류자 문제의 해결에도 지체없이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화해협력-남북연합-1민족 1국가의 통일국가 완성이란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서도『단계는 뛰어넘을 수도 있다』(李부총리)는 것이다.그 요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자유민주주의다.
그런 한편으로 북한의 고립을 바라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안정속에서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듯 흡수통일을 원치는 않지만『통일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닥쳐올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감추지 않고있다.북한체제가 갑자기 붕괴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主思派문제에 대해서도『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결코 용납할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다.구태여 북한을 끌어안아 부담을 질 필요가 있느냐는 통일외면 세력에 대해서도『통일에의 영광과 환희뿐 아니라 고통과 희생을 나누어 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고통의 분담을 얘기하고 있다.
이에대해 북한이 반발할 것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정부당국자는 말한다.북한의 중간간부급이하 주민들은 지도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유는 개최원칙 불변 입장을 여러번 밝힌 만큼 광복50주년을 앞두고 통일문제와 관련한 정부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에서 초점을 흐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축사는 북한에 대해 한편으로 공존 공영의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그보다 더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통일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는 것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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