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학생이 거둔 인간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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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대 법대와 서울대 의대에 눈이 안보이는 1급 시각장애인과 뇌성바미로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각각 합격했다. 대입 수험생들의 '꿈의 목표'가 서울대 법대와 의대임을 생각할 때 이들의 결실은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우수한 이들을 제대로 길러 사회의 일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장애인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구조는 장애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스스로 공부할 참고서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최민석씨는 "무엇보다 기본서 외에 점자책이 없어 힘들었다"고 말한다. 온 가족이 매달려 참고서를 녹음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장애인의 교육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래서는 장애의 어려움을 감내하며 공부만을 희망으로 삼는 많은 장애 청소년이 중도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대학이라고 해서 전혀 나은 형편이 못 된다. 지난해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한 대학이 47개대 3백2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부분 신학대학에 몰려 있고 전공 선택도 다양하지 못하다. 이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우리는 서울대가 이들의 입학을 허가한 것이 기폭제가 돼 각 대학의 문이 장애인 수험생에게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우리는 대학 합격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대학에 들어간 장애인들 가운데 시설과 교수들의 이해부족 등으로 중도 탈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75%가 장애학생 지원이 엉망이며 국공립은 더욱 한심하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실태조사는 지금까지 국가가 장애인 입학제도만 갖추었을 뿐 이들을 제대로 길러내기 위한 실질적인 뒷받침이 크게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소수점까지 암산으로 풀어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합격의 영광을 얻은 이들이 캠퍼스에서 좌절과 시련에 침몰하지 않고 졸업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 당국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