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충희 ‘황홀한 첫날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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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7~2008시즌 프로농구가 개막했다. 찬 바람과 함께 개막전을 치른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는 군대 간 포인트 가드 양동근이 없는 게 뼈가 시렸다.

 오리온스는 18일 울산에서 벌어진 개막전에서 모비스를 92-83으로 꺾고 첫 승을 올렸다. 7년 만에 프로농구 감독으로 돌아온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은 복귀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프로농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2007~2008 시즌 개막전인 모비스-오리온스 경기가 점프볼로 시작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김승현이 펄펄 날았다. 차돌 같은 몸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양동근이 사라진 모비스의 홈코트 동천체육관은 김승현의 독무대였다. 모비스의 선발 포인트가드로 나온 김학섭은 김승현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승현은 김학섭의 패스 길을 알고 있었고, 힘에서도 압도했다. 김학섭의 실책은 1개였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이보다 몇 배나 많았다.

 오리온스는 1쿼터에서 김승현(12득점·12어시스트·4스틸)의 지휘 속에 김병철(23득점)·리온 트리밍햄(29득점)·로버트 브래넌(20득점)이 대량 득점하면서 28-15로 앞서갔다.

 2쿼터에서 상황은 변했다. 외국인 선수를 대신해 나온 모비스의 신인 함지훈(18득점·8리바운드)은 2쿼터 시작하자마자 번개 같은 피벗으로 마크맨 이동준을 따돌리고 골밑슛에 이은 자유투를 얻어냈다. 게다가 가드 못지않은 날카로운 패스로 모비스의 숨통을 틔웠다. 신인 드래프트 10순위지만 느린 듯 빠르고 순간적인 재치가 넘쳤다. “몇 년간은 함지훈이 이동준을 갖고 놀 것”이라는 모비스 관계자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함지훈은 3쿼터 종료 3초를 남기고 이동준을 앞에 놓고 골밑슛을 성공시키면서 71-70으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그러나 4쿼터 초반 치고받는 접전에서 오리온스 김승현과 리온 트리밍햄의 원투 펀치가 모비스를 압도했다. 특히 4년 만에 돌아온 2003년 득점왕 트리밍햄은 만 3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변하지 않은 기량을 보였다.

모비스는 75-77로 뒤지던 4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속공 기회에서 키나 영의 덩크슛 실수가 뼈 아팠다. 공은 림을 맞고 튀어나왔고 함지훈의 인터셉트로 또 속공 기회를 잡았으나 다시 한번 기회를 놓쳤다.  

울산=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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