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독주시대 막 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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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블랙 먼데이. 20주년인 17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블랙 먼데이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하루 동안 508포인트 폭락해 1738로 주저앉았다. 20년 뒤인 17일 다우 지수는 13892.54로 마감했다. [뉴욕 AP=연합뉴스]

달러 약세가 심해지며 기축통화 역할을 의심받고 있다. 달러화는 1944년 이후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해 왔다. 세계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려면 달러로 결제해야 했다. 미국이 한 해 7000억 달러를 웃도는 무역수지 적자를 달러를 찍어내 감당할 수 있는 이유다. 세계 경제도 미국의 구매력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 정부는 불어나는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달러 가치는 2005년 이후 주요 통화에 비해 30%가량 떨어졌다. 1999년 1대 1로 출발한 유로당 달러 환율은 17일 런던시장에서 1.4230달러까지 올랐다.

사이먼 존슨 IMF 수석연구원은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의 재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부산물"이라며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달러 약세로 인해 달러 표시 자산의 매력이 확 떨어졌다는 점이다. IMF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외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64.5%로 1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유로는 24.8%에서 25.6%로 높아졌다. 외환을 많이 보유한 아시아와 중동 석유 부국들이 미 국채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면서 이런 흐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달러가 지배권을 상실하면서 유로가 치고 올라오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달러 패권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달러로 주로 결제하는 원자재 시장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달러 가치 하락만큼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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