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평화유지의 조건-발전없는한 폭력 계속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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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람들이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발전」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쏟게 만들기는 어렵다.분쟁이 발생하는 밑바닥에는 발전에 대한 이런 무관심이 깔려있다. 지금부터 꼭 2년전,나는 安保理회원국 정상들의 요구에 따라 유엔의 평화와 안전보장능력 증진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평화를 위한 의제」라는 명칭의 이 보고서는 당시 세계 각국의 의회와 정부.민간기구.학계 그리고 언론계에서 논의의 대상이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로 이 권고에 기초해 정책을 수립하기도 했다.지난주 네덜란드 정부는 회원국이 파견한 군대의 통솔권을 유엔 상설조정체계(SAS)에 부여하자는 요지의 제안을 했다.이 제안은 안보리가 군사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엔이 신속한 조치를 취할수 있게 함으로써 유엔의 평화유지 기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유지에 필요한 병력은 갖춰졌을지 몰라도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불충분했다.또 정치적인 분위기 조성도 아직미흡한 상태다.따라서 분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터져 나왔다.세계는 아직 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보겠다는 합의에도달하지 못했다.
혼란과 전쟁이 계속되는 한 어떤 국가도 미래를 자신있게 말할수는 없다.그러나 혼란과 전쟁은 전염되게 마련이라는 깨달음은 아직 널리 퍼져 있지 못하다.
「발전」이라는 추상적 대의명분에 모든 나라가 정열을 쏟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시급한 문제다.폭력을 통한 사회전복 기도는 발전이라는 문제가 지상 과제로제시되지 않는 한 소멸되지 않는다.低발전은 사회 세력들간에 토지나 지하자원을 둘러싼 한판 대결의 분위기를 부추기게 되고 이러한 긴장상태는 군사력에 대한 필요로 표출된다.발전은 평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반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발전은 위기상황에 처해있다.이루기도 어렵지만 그뜻을 이해하는 것조차 수월하지 않다.우리는 발전이 단순한 경제적 성장을 뜻하는 것이 아닌 다차원적인 개념임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유엔은 평화유지 활동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평화유지 활동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시급한 것은 평화의 선결과제이자 국제기구예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발전」이라는 문제에 대해 유엔이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총회의 요청으로 본인은 「발전을 위한 의제」를 마련했다.이 보고서에서 나는 평화.경제.환경.사회,그리고 민주주의가 상호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평화가 없다면 인간의 에너지는 생산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경제적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서 물질적 복지의 개선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환경보전은 바로 인간생존의 근본이며,사회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점증하는 불평등은 결국 사회의 응집력을 파괴해 버릴 것이다.
자유로운 정치참여가 없다면 발전이란 취약할뿐아니라 영구히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평화와 발전이라는 두가지 의제는 떼려야 뗄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이런 인식에 바탕을 둔 행동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명심해야 할 대의인 것이다.
[美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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