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윌리엄스 기자와 인터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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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백악관이 입맛에 맞는 기자를 지명해 대통령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가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 방송사가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선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취재기자를 직접 고르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백악관은 미국 공립학교의 흑백분리 정책에 위헌 판결이 내려진 지 50주년을 기념해 인종 문제를 주제로 한 인터뷰를 하자고 NPR에 제안했다. 대신 이 인터뷰는 파나마 출신의 흑인으로 이 방송의 선임기자인 후안 윌리엄스(53)에게 맡겨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1976~99년 워싱턴 포스트에서 백악관 출입기자·칼럼니스트로 일한 윌리엄스는 NPR로 자리를 옮긴 뒤 올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 방송과 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워싱턴 포스트 등에 따르면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윌리엄스 기자와 전에도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 데다 그와 백악관 관계자들은 좋은 사이를 유지해 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엘런 와이스 NPR 부사장은 “인터뷰 기자는 우리가 지명하고 싶다”며 이 방송의 앵커 중 하나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냈다. NPR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달 건강보건 담당 기자와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했을 때도 간판 앵커인 멜리사 블록이 진행토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해 관철시킨 바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NPR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대신 애초에 지목했던 윌리엄스 기자와 인터뷰를 한 뒤 그 내용을 친(親)공화당 성향의 TV 뉴스 채널인 ‘폭스 뉴스’에 내보냈다. 윌리엄스 기자는 96년부터 폭스 뉴스의 정치 관련 프로그램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해 왔다. 이 방송의 이리나 브리갠티 대변인은 “NPR의 뉴스 감각 부족은 놀라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 닷컴의 칼럼니스트 댄 프룸킨은 “부시 대통령은 말썽의 소지가 있는 인터뷰를 습관적으로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NPR뿐 아니라) 책임 있는 매체라면 어디든 백악관이 취재기자를 지명토록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예리 기자

 
☞◆NPR(National Public Radio)=1970년 설립된 비영리 언론사. 전국적으로 뉴스와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주로 폭스 뉴스를 시청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NPR과 CNN의 뉴스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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