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고위관리등 6백명 수감-北정치범 수용소 승호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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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사면위원회가 30일 밝힌「북한의 정치범에 대한 보고서」는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최악의 북한인권상이 국제적 권위가 있는인권단체에 의해 밝혀졌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79년 노르웨이에서 납치된 수도여고교사高相文씨와『김일성력사』를 편저한 북한최고의 역사학자인 이라용씨의 수용사실등 그동안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인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인권말살내용과 그동안의 행적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어 앞으로 전반적인 북한인권상황을 밝힐수 있는 계기가 될것으로 보인다.또 60년대 일본에서 북송선을 탔다 그동안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북송교포들의 생활상이 부분적으로 알려져 북한인권의 참담함을 전해주고 있다.
매년 세계 각나라에 대한 인권보고서를 내는 국제사면위원회는 그동안 북한의 폐쇄성과 정보접근의 어려움등으로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있는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했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모두 6백여명의 정치범이수용되어 있는 평양 근교「승호마을」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는점. 평양에서 동쪽으로 70㎞ 떨어진 북한의 대표적인 정치범수용소인 승호마을에 억류돼 있는 양심수 6백여명중 49명의 명단과 생활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이들 중에는 정치범은 물론 대학교수와 전직 고위관리까지 포함돼 있어 북한정권에 반 대하는 인사들의 다양성을 짐작케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겨울에도 난방장치.조명이 거의 없는 암흑같은수용소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도 받지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간수들로부터 구타를 당해 현장에서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또 북송교포들이 북한땅에 도착한후 최근까지의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밝혀진것도 이번 보고서가 갖는 의미다.
특히 김일성력사를 편저한이후 북한 최고의 역사학자로 추앙받았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행방불명됐던 이라용의 경우 사상범으로 몰려 그동안 수용돼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북한출신 기술자인 金덕환씨도 66년부터 소식이 끊겼는데 그의 러시아인 부인은 북한당국이 그를 위험인물로 지적,연행해간이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북한 양심수들의 이같은 행방불명 사례는 그동안 수십만의 양심수를 적절한 재판절차 없이 처단해온 북한정권의 포악성과 인권말살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힌 실례로 앞으로 보다 많은 북한 양심수들의 인권말살 현황이 밝혀져야 한다는 국제적 여론이 일것으로 보인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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