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어린이 도서관 스스로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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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건물의 재건축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이 각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은행나무 도서관은 '금천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 회원 30여명이 주머닛돈을 털어 2002년 9월 문을 연 민간 어린이 도서관. 5천6백여권의 장서를 갖추고 있으며 지역주민 1천5백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하루 평균 70여명이 대출을 해간다. 동화구연과 강연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개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지난해 6월 건물주로부터 '재건축으로 인한 철거계획'을 통고받은 뒤 이전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문 닫을 형편에 처하게 됐다.

조희순 관장은 "바닥에 온돌을 깔고 책장을 짜넣는 등 인테리어 비용만도 1천만원 이상 들었는데 다른 곳을 구해야 한다니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정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 지난해 8월 도서관 근처 은행공원에서 '도서관 살리기 바자'를 열었다. 도서관 가방 3천개를 만들어 전국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 회원들에게 한개에 7천원씩에 팔아 돈을 모았다.

소문을 들은 인근 교회나 사무실에서 10만~30만원씩 후원을 해오고 미국 LA에 사는 교민 이영애(70)씨는 영어책 1천여권을 부쳐주기도 했다. 또 지난 12월에는 극단 민들레가 연극 '똥벼락'공연의 2회분 입장료 수입을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이렇게 모아진 돈이 지금까지 3천여만원. 도서관 측은 현재 도서관 근처 은행나무 네거리에 20평 규모의 사무실을 계약하고 24일 새 보금자리에서 문을 연다. 02-892-7894.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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