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월트 국민애태우다 결국 단비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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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흡족하진 않았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던 26~27일 남부지방의 비는 17일 발생부터 26일 태풍으로서의 운명을 마치기 직전까지 종잡을 수 없는 진행방향 때문에 온 국민의 마음을 애태운 제7호 태풍 월트의 마지막 효도(?)였다.
17일 오전9시쯤 우리나라 먼 남쪽 필리핀 동부해상에서 탄생할 때만 해도월트는 앞서 발생했던 1~6호 태풍과 같이 연평균28개씩 생겨났다 사라지는 여느 태풍의 하나처럼 별다른 주목을받지 못했다.
가뭄피해 확산을 멈춰줄 마지막 해결사로 월트가 기상청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멀어지는 쪽인 北東進을 거듭하다 갑자기 진행방향을 北西쪽으로 틀며 우리나라와 일본을 향해돌진하기 시작했던 21일.
동진이냐 서진이냐에 따라 一喜一悲케 하다 우리나라 쪽으로 방향을 굳힌 월트는 그러나 25일 일본 남부지방에 2백㎜ 안팎의집중호우를 내린뒤 세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이 태풍은 26일 낮12시 일본 대마도 동쪽 60㎞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신,끝내 전국적인 해갈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월트는 그간의 불효를 갚기라도 하듯 자신이 이끌고온 비구름을 우리나라 남해안지방에 걸쳐줌으로써 남부지방에 1백~30㎜안팎의 비를 뿌렸다.
월트가 남긴 또하나의 선물은 장마전선까지 조기소멸시키며 위세를 떨쳤던 북태평양 고기압대를 일시적이나마 무너뜨리면서 기압배치를 정상화시켜 이번주중 한 두차례의 소나기와 다음달 2일께 전국적인 비를 한차례 더 기대할 수있게 했다는 것 .
기상청은 그러나『월트 덕분으로 남해안 지방에 부분적인 해갈을기대할 수 있게됐으나 전국적인 가뭄은 계속되고 있다』며 섣부른해갈 낙관론에 쐐기를 박고 있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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