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채권시장 반년만에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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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유럽국가들과 미국.일본 등의 재무부 관계자들은『휴-』하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근 반년간 채권이 팔리지 않아 재정 압박을 느꼈으나 이제는 채권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어려운 살림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채권시장 회복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본격 활황으로 들어선 것인지 半信半疑하며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다시 채권시장이 죽을 쑨다면 줄줄이 이어지는 채권 만기에 자금을 댈 수 없어 각나라 정부의 돈 사정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지난해 10월까지 활황을 구가하다 이후 금리 인상등을 타고 채권값이 하락(수익률 상승)하면서 채권을 발행해도 팔리지 않는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이런 사정이 요즘은 달라졌다.독일정부는 지난주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백억마르크(60억달러)의 10년만기 채권을 팔아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들이 채권을「사자」고 나서면서 10년만기 독일 재무부 증권의 수익률은 지난 2주간 0.5%포인트나 내렸다.
이를 놓칠세라 영국이 6개월만인 7월중 장기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비롯,美國.日本.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과 스웨덴정부도 줄줄이 채권 발행을 예정,앞으로 한달간 1천억달러어치의 채권이 쏟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의 채권 매출 호전은 상승세의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보이는 데다 독일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에 따른 달러화 자산으로부터 독일 채권으로의 자금이동 때문이다.
이런 장세가 언제까지 갈까.
조정국면을 끝내고 이제 본격 활황을 보일 것으로 점치는 측은지난해 채권을 팔아치웠던 투자자들이 수익률 강세를 겨냥,매입으로 돌아선 점을 든다.반면 일시적인 반등일 뿐「반짝」장세로 끝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공급 과잉과 수요부족이 문제라고 J.P.모건 증권회사의 투자분석가인 잰 로이씨는 지적한다.투자자들이 대부분『한탕해서 나간다』는 식의 短打위주인데다 기관투자가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층이 엷다.
여기에다 경제회복을 타고 인플레와 금리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우려도 높아질 전망이다.
정치적인 불안도 각국 정부債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95년초의프랑스 대통령 선거,벨기에.스페인.이탈리아등 연립 정권의 위기우려 등이 그것이다.
아무튼 금리가 오르고 채권 발행이 어려워질 경우 재정 운용에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그렇다고 국내에서 공공지출을줄이거나 세금을 더 거두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앞으로 채권시장 사정에 따라 유럽 정부의 재정이 흔들흔들 할 전망이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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