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주역>太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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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太極은 우주 만물이 나오기전 공허하고 혼돈된 상태를 말한다.
클 태(太),덩어리 극(極)이니 공간적으로는「큰 덩어리」란 말이고 처음 태,끝 극이라고도 하니 시간적으로는「처음부터 끝까지」란 뜻이다.
또 태극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끝이 없고,안으로는 그보다작은 공간이나 시간이 없기 때문에 無極이라고도 한다.
이 무극이라 하는 태극을 근본으로 해 우주 만물이 나왔기 때문에 태극은 모든 일의 시작이고,으뜸이자 중심이 되며,인격을 부여하여 만물을 다스리는 上帝로 보기도 한다.따라서 春夏秋冬에는 봄이,東西南北에는 동방이,세계로 치면 해가 뜨 고 만물이 시작되는 艮方이 태극이 되며,그 간방이 바로 우리나라에 해당한다.다른 나라에 없는 태극기를 우리나라 만이 갖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가 간방에 위치하며,간방이 태극방위이기 때문이다.
태극에서 陰陽이 나오기 때문에 태극을 그릴 때 음양이 동서(左陽.右陰)로 양분되는 모습으로 그린다.그런데 지금 태극기를 보면 남북(上.下)으로 나누어져 있어 마치 남북분단이라도 상징한 것 같이 되어 있다.또 태극 밖으로 그려져 있 는 괘도가 바른 위치에 좌측으로 45도 기울어 있어 민족이 위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꼴로 그 시정을 요하고 있다.
태극은 자연 형태 그 순수하고,맑고,아름다운 것이다.그러므로우리 선조께서는 태극과 같이 허욕을 버리고 마음을 깨끗이 하라고 가르쳤다.옛날 악기인 소고.북에 태극을 그린 것도 태극과 같이 순수 자연하여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며 춤 을 추라는 것이다.태극은 둥글고 그 영속함에 끝이 없다.
그러므로『천부경』에 보면「하나가 태극으로 시작하건만 어디에서시작하는지를 모르고,하나가 태극으로 마치지만 어디에서 마치는지모른다(一始无始一 一終无終一)」고 했다.
우리는 山水의 아름다움을 보고「山太極 水太極」이라고 한다.이것은 지형이 다른 지형의「시작.중심.으뜸…」이 될만하면서 그 형태가 태극을 그리고 있을 때 쓰는 말로,태극에서 만물이 비롯되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다.사람을 소우주라고 하는 것도 만물중 유일하게 오행을 고루 갖춰 타고난 형질이 태극의 본원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태극 속에는 영생불멸의 생명체가 있어 만물은 그 생명체를 받아가지고 나온다.나무 열매가 땅에 떨어져 썩을 것 같아도 싹이되어 다시 나오는 것은 바로 태극의 영생하는 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모든 생물은 나와 똑같은 생명체를 갖고 있고,내 생명이 소중하듯 남의 생명도 소중하다.태극은 만물을 사랑으로 내기 때문에 태극사상은 바로 사랑을 뜻하며,우리나라의 개국이념인 弘益人間 사상과 합치된다.
그러나 우리는 태극기만 흔들어 댈 것이 아니라 태극에 담긴 뜻을 새겨 모든 생물을 사랑하고,조국 통일과 동족화합은 물론 세계평화를 이루는데까지 힘써 나가야 겠다.
사람은 배고플 때 누가 밥 한 술 주면 고마워하면서도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나,항상 숨쉬고 사는 공기의 소중함같이 너무 큰 은혜는 잊고 살기 쉽다.마치 태극에서 나와 태극으로 살다가 태극으로 돌아가면서도 태극의「사랑하여 만물을 낳고기르는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과 같다.
모든 자연에는 태극이 있으며,자연 자체가 태극이기도 하다.우리가 태극을 바로 안다면 나와 남을 가를 수 없고,나와 남이 하나라는 것을 알면 온 인류는 물론 길에 난 풀 한포기,돌 하나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남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이라는 사상이 홍익인간 사상이며 태극사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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