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편견 옹호" 이란 대학생 대통령 반대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8일 테헤란대 학생들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며 교문을 사이에 둔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위에 가담한 학생 100여 명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 대학생들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테헤란대 학생 100여 명은 8일(현지시간) 개강 기념 연설을 하기 위해 이 대학을 찾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더 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아마디네자드는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지만, 이란은 칠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디네자드는 부패와 편견을 옹호하고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학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란 경찰과 경비원들은 교정을 에워싸고 시위대의 학교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교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는 지난달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 컬럼비아대 강연에서 말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왜 컬럼비아대에서만 가능한가? 우리도 질문할 게 많다'는 현수막을 걸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이날 개강 기념 연설에서 컬럼비아대 강연을 언급하며 "대학 관계자들이 나에게 발언권을 제대로 주지 않았지만 발언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가 강연을 마치고 교정을 빠져나가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번 시위는 개혁 성향의 학생 조직인 대학생연합의 타킴 바닷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은 올 들어 지도부의 상당수가 검거됐고, 지금도 3명이 수감 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테헤란의 아미르 카비르 기술대학에서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연설하던 중 일부 학생이 그의 사진을 태우고 불꽃을 터뜨리는 등 반대시위를 벌여 연설을 마치지 못하고 퇴장한 바 있다.

원낙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