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개인파산제도 악용 못하게 운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우리 사회를 온통 시끄럽게 하고 있는 신정아씨가 개인파산 신청을 해 일부 채무를 면제받고 있으면서도 외제차를 타고 명품으로 치장하는 등 씀씀이가 크다 해서 입방아 대상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높아진 고금리와 줄 이은 기업 부도로 많은 국민이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나도 사업하는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막대한 빚을 떠안아 아직도 그 빚을 갚고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개인파산 제도가 있어 많은 사람이 이 제도의 혜택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면 법원의 정해진 절차에 따라 판사의 판결을 받고 일정액을 일정 기간 동안 갚아나가면 채무의 일부를 삭감하거나 면제해주는 것이 이 제도의 내용이다. 보증 채무를 지거나 갚기 어려울 만큼 큰 빚을 진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좋은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일부 악덕 채무자들은 자기 재산을 친인척 명의로 빼돌려놓고 고의로 빚을 진다. 그리고 개인파산을 신청해 면책을 받고는 빚을 못 갚겠다며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옛말에 ‘돈을 빌려줄 때는 앉아서 주지만 받을 때는 서서 받는다’는 말이 있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채무자와 채권자가 주객 전도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심지어 일부 법률가까지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채무자와 짜고 빚을 면제받도록 해주고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같은 신용사회로 가야 할 길목에서 이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신용사회의 근간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관계당국에서는 더욱 철저히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개인파산 제도를 운영하는 당국은 채무자가 고의로 빚을 갚지 않으려 재산을 숨기지는 않았는지 가리기 위해 가족 간 재산 거래 내역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전윤희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