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TV '닭 생매장' 장면 방영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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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래 TV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오리와 닭들을 살(殺)처분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방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식용으로 키우는 동물이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가 생매장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마음 아프다. 나치 치하에서 처형된 유대인들이 매장당하는 장면도 떠오르고, 끔찍하기만 하다. 살아 있는 닭과 오리들을 부대에 마구 담아내는 장면이나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눈만 깜빡이며 구덩이 속으로 몰아 넣어지는 작은 새끼 오리들을 클로즈업한 장면들을 그렇게 무신경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살처분이나 매장은 해야 하니까 하는 거고,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도살도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지만, 그런 장면들을 온 가족이 보는 뉴스 시간에 꼭 보여줘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오리와 닭들이 폐기 처분되는지 그렇게 생생하게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이수연.경기도 의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