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한반도정세 어떻게 되나 金사망 큰변수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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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金日成의 사망이 큰 변고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제까지 핵카드를 이용해 많은 성과를 거둬왔다.그러나이같은 카드에도 한계가 있다.북한측도 더 이상은 역효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북한의 대화정책은 어떤 개인의 판단이나 취향 때문이라기 보다는 정치 체제의 필요성에 서 나온 것으로 봐야한다.따라서 金日成의 영향력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사망으로 인해 정책 기조가 한꺼번에 뒤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金正日의 권력승계는 오랜 시간을 거쳐 치밀하게 진행돼 온 것이 사실이다.이처럼 후계자를 일찍이 정한뒤 권력이양 준비를 실행해온 경우는 찾기 어렵다.그만큼 그의 후계자 기반은 공고하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軍의 동요 가능성을 지적하지만,군부 역시 金正日을정점으로 한 새지도체제에 규합하지 않으면 설 곳이 없다.
金正日이 권력의 핵심에 등장한 것은 벌써 20여년에 가까워지고 있다.즉 지난 72년 金日成이 주석자리에 오름으로써 金正日은 사실상 2인자의 자리를 굳혔고,이제까지 당과 정부.군이라는3개 핵심 권부를 효과적으로 장악해왔다.
金正日을 주축으로 한 새체제가 기존의 연장선상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가정해 볼때 한국이나 미국.중국등 주변국가들의 對북한정책도 기존의 방향과 대차가 없을 것이다.미국으로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선에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쪽 으로 갈 것이고 한국도 평화체제를 기초로 對北 유화정책을 밀고 나가게 될것이다. 金正日체제가 어떠한 대외정책을 펴나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다만 개방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급속한 개방은 오히려 북한정권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정치체제는 기존틀을 유지해나가고 경제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지 않 을까 전망된다.
金日成의 사망으로 인해 통일의 가능성이 보다 멀어졌다는 지적들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통일문제나 양측의 대화등은 감정적 차원에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쌍방의 필요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따라서 쌍방의 필요성과 국제 정세의 변화등 제반 여건들이 성숙돼가면 통일은 가능할 수 있을 것이고,일부의 우려대로 金日成 사망이 결정적 장애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통일의 개념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점이다.행여 앞으로의 통일이 과거 8.15 해방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같은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북이 공존체제를 유지해가면서 교류를 확대해가는 형태여야 비로소 현실성이 있다.통일문제를 이런 식으로 접근해 간다면 통일은결코 멀지 않으리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金正日에 관해서는 이제까지 감정적으로 보아온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인듯 싶다.따라서 앞으로는 감정적 평가를 지양하고 쌍방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향으로 현실적 필요성에 기초해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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