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오늘의 나’를 있게 한 2가지 - 천호균 쌈지 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난과 어머니는 나의 스승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단칸방에서 한 식구가 살며 하루 두 끼를 술지게미로 때웠다는 이 후보의 지독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비단 그만 그럴까? 명사 10인으로부터 ‘잊지 못할 2가지 키워드’를 들었다.

월간중앙06 천호균 쌈지 사장
“한 번 한 약속은 잘못된 약속이라도 지킨다”…튀는 옷차림에 대한 편견이 나를 살찌워

▶아버지의 유언편견

“너는 착한 마음이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남을 도와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려울 때 그 마음을 발휘해라.”

아버지께서 폐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내게 남기신 유언이다.

어린 시절 나는 서울 사직공원 근처에서 살았다. 동대문시장에서 신발가게를 하셨던 아버지는 늘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들어오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차비를 아끼려고 사직공원에서 동대문까지 걸어 다니셨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저녁 늦게 퇴근하신 다음에도 꼭 손수 걸레질을 하셨다. 9남매를 둔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에서였다. 아버지는 그렇게 ‘마누라’를 위하며 사신 분이었다. 아버지께서 귀가 닳도록 하신 말씀이 “마누라 말 잘 들어라”였다. 일종의 가훈인 셈이다.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누라 말 잘 들으라”는 것과 “남을 돕는 마음으로 살라”는 두 마디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 말은 지금도 내 가정과 내 일터를 지켜주는 기둥이 되고 있다.

장사를 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남을 배려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상대를 배려한다고 내린 결정이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됐던 때도 많다.

나는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상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일단 내가 한 약속은 그것이 설사 잘못된 약속이고, 내게 손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한다. 쌈지의 예술경영도 내가 예술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나 소질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과 한 약속을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쌈지의 이미지로 굳어진 경우다.

오늘의 천호균을 만든 또 하나는 편견이다. 성균관대 영문과 시절, 내 옷차림을 보러 학교에 다닌다는 여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나는 이른바 ‘튀는 학생’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는 언밸런스를 지향했다. 왠지 질서정연하고 반듯한 것, 윤이 나는 것은 지루했다. 색다른 무엇인가를 찾는 욕구가 내게는 늘 있었다. 사회적 시선으로는 이런 내가 언제나 괴짜였다.

튀는 패션에 대한 편견이 도움이 됐던 적도 있다. 대학 졸업 후 4년 남짓 대우중공업에 다니던 시절, 선배들은 내 옷차림만 보고 구제불능 취급을 했다. 목욕 좀 하고 다니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내가 출근도 제대로 하고, 퇴근도 늦게 하고 했더니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튀는 아이가 일도 좀 하네’ 하는 반응이었다. 본의 아니게 ‘그 외’ 전략이 먹혔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내 차림에 대한 편견은 나를 살찌웠다. 옷차림만 보고 나를 자유분방한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나는 매사에 더 꼼꼼해졌다. 또,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외모만으로 평가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튀는 차림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많았다. 사업적으로 꽤 성공한 지금도 그렇다. 한 자리씩 하는 경제인들 모임에 갈 때면 지금도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내 차림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 따가운 시선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길 만큼 이력도 생겼다. 다만, 내 차림으로 인해 아내가 사교모임에서 따돌림 당할 때는 조금 미안하다.

기획·진행┃오효림_월간중앙 기자[hyolim@joongang.co.kr]

<월간중앙 10월호>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J-Hot] 권력실세·의원이 나눠 쓰는 '눈먼 돈 7000억'

[J-Hot] 천호균 쌈지 사장 "튀는 옷차림에 대한 편견때문에…"

[J-Hot] 하라 감독 "승엽, 4번서 뺄때 창자 끊기는 심정"

[J-Hot] "美과학자, '인공 생명체' 발명…발표 임박"

[J-Hot] "술집 '판촉'위한 손님과의 성관계는 성매매 아니다"

[J-Hot] 삼성맨·기자·운동권 출신 'MB의 신형 엔진'

[J-Hot] 조순형 "DJ벽 못넘었다 하기엔 자존심 용납하지 않아"

[J-Hot] "3년을 속았다" 이회장 회초리에 삼성전자 묘수 나올까

[J-Hot] 김선아 "'김삼순' 출연했을 때 대인기피증 겪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