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10억원 미만 재산 상속세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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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23면

‘어설프게 아느니 모르는 것만 못하다’란 말은 세금에도 딱 들어맞는다. 워낙 복잡하고 예외가 많아서 그렇다. 예컨대 세금에 대해 조금 안다는 사람도 “상속 재산이 10억원 안 되면 세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실 필자도 고객들이 상속세 걱정을 하면 이런 조언을 하곤 한다.

큰코다치기 십상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어림짐작으로 접근했다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에 사는 황모(30)씨는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세무서로부터 상속세 9000만원을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이랬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재산은 시가 5억원 상당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였다. 상속인은 할머니와 아버지뿐이었는데 할머니는 아버지가 모시고 계셨다. 그런데 상속인인 아버지는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외에 투자용으로 사둔 아파트까지 보유하고 있던 터라 1세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폭탄 걱정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마침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아파트 한 채를 물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해도 증여세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일 때는 세금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할머니와 아버지는 상속을 포기했고, 손자인 황씨가 아파트를 물려받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의 얕은세금 지식이 결국 에누리 한 푼 없는 거액의 상속세를 물게 만들었다. 보통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인 경우는 세금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한데 이는 ‘상속공제’를 감안한 것이다. 연말정산 때 하는 소득공제처럼 세금을 매길 원금을 일부 빼는 것이다. 기초공제·인적공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돌아가신 분의 배우자만 생존해 있어도 최소한 10억원은 공제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상속공제에도 한도가 있다. 한도는 실제로 상속한 재산에서 다음과 같은 항목을 뺀 것이다. 공제받을 수 없는 부분은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해 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 '상속인 이외의 사람에게 넘긴 재산' 최근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등이다.

따라서 황씨의 공제한도는 할머니·아버지의 상속 포기로 재산을 받았기 때문에 ‘상속재산(5억원)-다음 순위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5억원)=0원’이 된다. 상속공제를 한 푼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상속재산이 10억원이 안 되는데도 세금을 걱정해 성급하게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내는 사람들이다. 제대로 알고 활용하지 않으면 자산관리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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