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대비 군행사 참여 활발-김정일의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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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正日의 최근 행적 가운데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은 없다.
평소보다 활동이 눈에 띄게 뜸했다거나 아니면 왕성했다거나 하는 흔적은 찾아지지 않는다.그의 권력 승계 가능성을 판단하는데영향을 미칠만한 특별한 행적은 없었다는 얘기다.
올들어 金正日은 공식적인 정치행사에 참가하고,외국 인사와 접촉하는등 평소와 다름 없는 활동을 보여 왔다.올 정월초하루 근로자들과 신년모임에 참석했고,2월말과 5월초에는 許宗萬(朝總聯책임부의장),李珍珪(同 제1부의장)등 조총련 관 계자들과 만났다. 지난해 이후 金正日의 행적에서 굳이 변화를 찾는다면 생산현장에 대한「현지지도」가 줄어든 대신 軍관련행사 참여가 늘고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노동신문에 대한 현지지도(93년8월)가 한 차례 있었을 뿐이고,올들어서는 아직 한번도 없었다.
반면 軍후방 일꾼대회,軍창건대회,전승기념탑 제막식,공병대회등에 참석하고 전승기념퍼레이드,軍협주단 공연을 관람하는등 軍관련행사에는 매우 활발히 참여했다.그러나 이것은 지난91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데 이어 지난해 4월 국 방위원장으로선임된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권력승계에 대비해 군부를 미리 장악하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달 카터前美國대통령 訪北때 金正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것은 그동안의 행적에 비쳐 자연스런 것으로 이해되고있다.金日成이 나설 자리에 대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그동안 일종의 관례로 유지돼 왔다.이는 공식적인 자리에 자주 얼굴을 내밀어 공연히 반감을 자극하기 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세력을 구축해 권력 승계에 대비한다는 계산과도 통한다는 분석이다.
그대신 그는 친서나 감사의 편지등을 통해 공장.기업.농장.군부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흔히 이용해 왔다.이와 함께 각계각층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선물을 보내는 방법도 그가 애용해온 수법이다.
이렇게 볼 때 金正日의 최근 행적에서 그의 권력승계 여부를 확인하는 단서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金正日의 권력기반은 기본적으로 노동당조직 지도부와 당비서국이다.따라서 공개활동보다 당내부활동을 통해 지도력을 행사 하는 것이 그로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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