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는 청와대/정상회담 국민들 기대큰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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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측 진의파악 힘들어 성과 예상 못해/서울 2차회담 못열릴 가능성 커 부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청와대는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기대가 큰만큼 고민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고민은 무엇보다 김일성주석의 진의가 과연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다.그리고 준비는 어디에서 어디까지 해야 하며,정상회담의 성과가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칠 경우 이를 어찌 감당하느냐는등 한이 없다.
회담내용도 문제려니와 회담진행 모습 여하에 따라 국민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서울에서의 제2차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미래를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평양회담의 성패는 전적으로 김일성의 진실성에 달려있는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아무런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접촉에 나온 북한측 대표들이 미소를 짓고,실무협의가 비교적 순항하고 있으나 이것들이 정상회담까지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회담은 그런대로 성사될 것이라는 정도다.
공산주의자들은 웃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언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극단적으로는 나중의 파국을 대비한 이미지 축적용일 수 있다는 지적도 참고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50년 분단이래 두정상이 한번 만나 민족의 장래를 논의했다는 의의는 남는다는 자위도 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여의치 않으면 가뜩이나 부풀었던 국민들의 기대심리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도 큰 고민이다.
서울회담이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도 큰 부담이다.
국민들의 여론은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김일성도 서울에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차회담과 관련,예비접촉 합의서 상엔 「쌍방 정상의 뜻에 따라 정하기로 한다」고 돼있으나 관계자들은 서울회담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번 예비접촉때 서울회담에 대해 유보한 것을 놓고 관계자는 『82세인 김주석의 신상문제와 「대서울 인식」으로 서울에서의 2차회담을 고집하면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사실상 포기한 듯 말하고 있다.김일성이 서울에 올 경우 적나라하게 드러날 김일성의 건강과 약점,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한국을 괴뢰정권으로 선전해온 논리의 모순등이 서울행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삼대통령이 또다시 평양에 갈 수는 없고 김일성은 서울에 내려오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은 한차례로 끝날게 분명한데 여기서 그럴듯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하는 청와대인 것이다.
○…김대통령은 4일 이북5도민 간부들과 오찬등 두개만의 공식일정을 가지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청와대를 비롯한 전략기획단은 비디오 테이프등 김주석 개인에 대한 모든 자료를 종합,김대통령이 숙지토록하는 한편 북한의 대남전략·통일방안은 물론 특수한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들을 주지시킬 계획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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