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결함 피해보상 강화해야/민소법으론 한계… 「제조물책임법」제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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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상품자체 결함으로 소비자가 당하는 신체·경제적인 피해를 모두 제조업체나 수입·유통업체가 보상토록 하는「제조물 책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강창경연구원은 「제조물 책임의 입법방향」을 주제로 27일 열린 개원7주년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연구원은『현재 국내는 상품결함으로 생긴 소비자 피해구제를 민사소송법으로만 해결하고 있는데 이 법은 구조상 한계가 있어 피해구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상품구매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조업체와의 구매계약이 아니라 유통업체를 통해 구입하므로 결함이 있을 때 직접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또 제품자체에 흠이 있을 때는 교환등이 가능하지만 폭발하거나터진 경우 법적으로는 책임지지 않게 돼있다.이 경우 자사상품에 대해 나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비칠 우려가 있어 업체가 피해자에게 형식적으로 약간의 보상을 해주고 있는 실정.또 허위·과대광고등 불법행위로 손해가 생긴 경우도 피해자가 업체의 고의 또는 과실을 증명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91∼92년 한햇동안 국내 1천4백7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품결함으로 신체적 위해를 받은 가구수는 12.6%인 1백86가구에 이르고 있다.피해액수는 무려 1천5백50억원 정도나 된다.
녹즙기 채소투입구 길이가 너무 짧아 많은 어린이들이 롤러에 손가락을 절단당한 올초의 사고(중앙일보 2월15일자보도)는 최근에 있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송태회연구원은 『제조물 책임법의 제정은 이런경우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피해구제 외에도 기업 스스로 사고 미연 방지등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식제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유럽등지에서는 이미 85년부터 제조물 책임법을 제정,시행중이며 아시아에도 필리핀이 지난 92년4월 제정했고 중국과 일본이 올해 도입했다.〈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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