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모두 서로 “적기” 인식/정상회담 낙관론 이유를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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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민정부 과감성 북도 동조하기 쉬워/김일성 “생전에 공존체제”보잔 바랄듯/지나친 낙관론 “북한 기만전술 일지도”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아주 선선히 우리정부가 제안한 정상회담 예비접촉을 수락함으로써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에는 매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던 사람들 중에도 정상회담이 잘될 것같은 이유를 하나둘씩 언급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정통성이 큰힘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낙관론의 근거는「한국 민주화 결과론」. 한국은 이미 북한 경제력의 15배에 달하는 경제강국이며,오랜 민주화 노력의 결실인 문민정부가 들어섬으로써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렵던 과감한 민족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정통성에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던 정권으로선 정상회담과 같은 과감한 목표를 추진하려 해도 그 순수성을 의심받아 북한이 이에 응하기 쉽지 않은 등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김영삼정부는 과감한 통일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정권과는 김일성주석도「악수하기가」과거 정권보다는 훨씬 명분이 좋고 국내여론도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이론은「문민정부의 통일열망론」.
김대통령은 집권초기 통일의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의 이같은 의지가 이번에 전격적으로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을 통해 전달된 북한의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전격적으로 수용케한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세번째는 북한측 사정과 관련된 것으로 김주석의 수명이 다했다는「자연수명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수명론」에 바탕
올해 만82세인 그는 생전에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자신이 건설한 북한체제가 계속 살아남을 기반을 닦아놓기 바라는 열망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주석은 자신이 죽은 뒤 들어설 김정일 후계체제가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선 한반도에 남북한 공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넷째는 북한의 핵보유 열망이 체제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판단과 최근 미국등의 핵문제 접근이 북한의 체제유지를 보장하며 해결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점이다.
다섯번째는 중국의 역할론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악화되면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경제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남북한 정상회담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다.
○위기인식 공유
그밖에 ▲지난 1년여 동안 계속돼온 핵 협상의 우여곡절로 잘못되면 한반도가 다시 잿더미가 될수 있다는 위기감을 남북한이 공유하게된「핵문제 위기론」 ▲북한이 그동안 핵협상에서 한국과 그 입장을 더 많이,그리고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학습론」등도 제기되고 있다.
정상회담은 50년 가까이 지속된 분단이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온 한국인들에게는 큰 희망을 안겨주는 것.
이런 희망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아무리 부풀려진다해도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낙관론이 지나치면 다시 한번 북한에 속을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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