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목매다/목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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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말이 있다. 한두 마디 차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비단 말에만 통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글자 한 자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 ‘목매다’와 ‘목메다’가 그런 예다.

“사랑이 뭐기에 인간들이 모든 것을 건다고 말하며 그렇게 목메는지 파헤쳐 보고 싶어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연예인들이 목메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가 확산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에서 ‘목메다’는 바르게 쓰인 것일까?

각각 ‘어떤 일이나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다’ ‘죽거나 죽이려고 끈이나 줄 같은 것으로 높은 곳에 목을 걸어 매달다’란 뜻으로 사용했으므로 ‘목매다’라고 해야 맞다. ‘목메다’는 기쁨이나 설움 따위의 감정이 북받쳐 솟아올라 그 기운이 목에 엉겨 막히는 것으로 ‘목매다’와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얼굴을 마주한 이산가족들은 목멘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해외에 입양된 지 30년 만에 친어머니를 만난 아들은 목메어 울었다”와 같이 쓰인다.

‘목메다’를 활용할 때 간혹 ‘-이-’를 넣어 “약간 목메인 듯한 목소리가 그의 매력이야” “여자는 남자의 고백에 목메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처럼 사용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목메다’가 기본형이고, 스스로 감정이 솟구쳐 목이 막히는 것이므로 ‘목메이다’와 같은 피동 형태를 쓸 수 없다. ‘목멘’ ‘목메어’로 활용해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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