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 발랄한 ‘카나리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9호 29면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Fattoria dei Barbi)’는 14세기부터 몬탈치노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던 콜롬비니(Colombini) 가문이 1790년에 이르러 ‘바르비(Barbi)’라는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전통의 와이너리다. 온화한 겨울 날씨와 충분한 강수량, 동남쪽을 바라보는 볕이 잘 드는 경사면에 진흙과 석회질이 주를 이루고 있는 토양을 지니고 있어 좋은 와인이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와인 시음기-‘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는 특히 가격에 비해 뛰어난 품질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생산하는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물론 훨씬 더 비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많이 있지만 이 정도 가격에서 이만한 품질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아쉬운 점이라면 1999년 빈티지 이후로는 원래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강하고 파워풀한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 와인시장의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와인의 스타일이 변질된다는 것은 씁쓸하다. 포도의 면적당 수확량을 줄여서 품질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와인은 오크통에서 3년쯤 숙성을 거치고 난 뒤 병에서 1년 정도 더 숙성한 뒤 출시된다.

필자가 얼마 전 테이스팅한 1999년산 ‘파토리아 데이 바르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짙은 색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오픈해서 디캔터에서 한 시간가량 브리딩한 뒤 시음에 들어갔다.

체리와 스트로베리, 카시스, 블랙베리 등의 과일 캐릭터와 타바고와 바닐라 캐릭터가 주를 이룬다. 시간이 지나며 토스티한 오크 터치와 시더 향이 살아난다. 부드러우며 적절한 떫은맛과 깔끔한 애시디티가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상큼한 신맛이 좋았다.

중간 정도의 보디감과 피니시는 기분 좋은 마무리를 가져다준다. 잔잔하고 중후한 맛을 지니고 있기보다는 매우 상큼 발랄한 이미지다. 라벨 브랜드의 카나리아와 매우 유사한 이미지라는 인상을 받았다. 피자나 토마토 소스의 파스타와 음식궁합이 좋을 듯하다. 출시하고 바로 테이스팅하기에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