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탁의광고읽기] 대한항공 몽골 편, 그림으로 쓴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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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광활한 초원. 바람에 나부끼는 색색의 깃발. 지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구름. 손위의 매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노인, 그의 얼굴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소음과도 같은 수많은 TV 이미지 사이로 펼쳐지는 몽골의 웅장한 자연은 속세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잠시 쉬어가라 한다.

대한항공 광고 ‘몽골 편’은 그런 점에서 한 편의 영상시를 보는 느낌이다. 항공사 서비스의 우수함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세상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곳도 있지요’를 표현해 사람들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이런 류의 광고는 겉보기에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자연의 서사를 어떻게 카메라에 담느냐에 따라 결과물에선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입장에서는 누구를 감독으로 선정하느냐가 광고의 퀄러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 영상을 카메라에 담은 웨인 펭 감독은 대만 출신이다. 한국에 처음 선보였지만 아시아 광고시장에서 거장 대우를 받고 있다. 광고계의 장이머우로도 불린다. 웅장한 스케일을 배경으로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데 재능이 있다. 서사적인 배경과 서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빈틈없이 재봉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대한항공 광고는 바로 웨인 펭 같은 적재를 적소에 배치해 효과를 본 경우다.

아쉬운 점도 있다. “당신은 특별합니다”란 카피가 광고 내용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전 시리즈부터 끌고 온 핵심 카피이기에 쉽게 버릴 수 없었을 것이란 점을 고려한다 해도 그 카피는 사족으로 보인다. 특히 영상의 아름다움에 쭉 빨려 들어가는 순간 들려 오는 성우의 목소리는 되레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어차피 영상으로 승부하려 한 광고일 텐데, 별다른 카피 없이 마지막에 ‘대한항공’이란 자막 하나로만 처리했어도 임팩트가 훨씬 강하고 몰입도 또한 컸을 것이다.

이 광고는 제1회 대한민국 방송광고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모쪼록 대한항공이 그림으로 시를 쓰는 이 같은 캠페인을 쭉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광고주의 몫이다.

김홍탁 광고평론가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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