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유해' X선 기기로 270만 명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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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기형아 출산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한 사람의 피가 다른 환자에게 수혈되는 사례가 다시 발생했다. 또 방사선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X선 촬영 장비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이미 국회나 정부 내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사안이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지연돼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28일 '아시트레틴' 성분을 처방받은 환자의 혈액이 2006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3명에게 수혈됐다는 대한적십자사 자료를 공개했다.

아시트레틴은 피부질환인 건선을 치료하는 약물로,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 지침상 헌혈 금지 약물로 지정돼 있다. 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2003년부터 2006년 7월까지 3916명에게 아시트레틴 복용 환자의 피가 수혈됐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건선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홍정익 생명지원팀 사무관은 "건선 환자 명단을 헌혈 업무에 활용할 법적 근거가 없어 헌혈자에 대한 문진과 홍보를 강화했으나 원천 차단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문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를 통해 X선 촬영 때 환자가 받는 방사선의 양(피폭선량)이 최고 860m렘, 평균 145m렘에 이르는 간접촬영용 X선 장비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원자력기구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6개 기관의 권고치가 40m렘(가슴 촬영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3배가 넘는 방사선이 나오는 장비다. X선 간접촬영 장비 수는 7월 말 현재 719대며, 병무청 신체검사 같은 단체 검사에 주로 사용된다. 이 장비로 X선 촬영을 한 환자는 2004년 499만 명, 2005년 254만 명이었다.

식의약청이 사용 자제 권고를 한 이후인 2006년에도 212만 명이 촬영을 했고, 올해는 7월까지 60만 명에 이른다. 문 의원은 "식의약청은 2004년 11월 '간접촬영 장비의 사용 중지가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받았으나 3년이 지난 현재도 문제의 장비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환자 특성과 검사 목적에 따라 방사선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기구도 권고만 할 뿐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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