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시골노총각役 최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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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어눌한 충청도 말투에 순박하고 우직한 시골총각 춘섭의 각박한서울생활이 요즘 시청자들의 연민과 동정을 자아내고 있다.
드라마「서울의 달」에서 춘섭은 고향친구인 제비 홍식(한석규扮)이 달동네를 떠나며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자 우정으로 억눌러왔던 분노를 폭발하며 주먹다짐을 벌인다.
제비로의 성공에 인생을 건 홍식에게 그 전봇대는 매몰차게 끊어야 할 구차한 人情의 상징이나 춘섭은 짝사랑하는 영숙(채시라扮)이 밤마다 홍식을 기다리며 서성대던 그곳을 마음속의 聖域으로 남몰래 간직해온 것이다.
닳을대로 닳은 홍식에게 씨도 안 먹히는 정의를 요구하고 영숙의 경멸에 때론 자존심도 지켜보려하나 서울의 달에 비친 춘섭은늘 삭막한 도시의 외토리일 뿐이다.
반항과 냉소가 뒤섞인「쿠숑」역할로 인상깊었던 최민식은 당초 기획단계에서 제비 홍식역으로,「아들과 딸」의 심성 고운「석호」한석규는 춘섭으로 검토됐으나 연출자는 정반대의 변신을 요구해왔다. 쿠숑의 角진 이미지와 상반된 역할에 최민식은 忠州근교의 농촌청년들,남대문시장통의 노점상들을 찾아「구수한 입담」을 배웠고,결국「춘섭」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국밥집 아저씨는『겉멋에 혹하는 영숙이보다 시골서 올라온 호순과 결혼하는 게 훨씬 나은 법』이라며 연민을 보냈고,셈밝은 아주머니는『밥 굶기 딱 좋은 게 춘섭』이라며 아저씨를 면박했단다. 결국 춘섭은 모든 이에게 잊어버린 순박함을 떠올려 주지만 결코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94년 서울의 모진 세태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東國大 연극영화과 1년후배 한석규,7년후배인 채시라와 극중 삼각관계를 이룬 그는 연극『에쿠우스』의 4대 앨런역에 이어『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亞-太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연기력을 인정받았으나「춘섭」역을 통해「연기란 끝이 없 다」는 값진교훈을 깨우친다고 한다.
글 =崔 勳기자 사진=朱基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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