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사고 낳는 건 '느낌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호 12면

생각의 탄생

교양 분야 추천도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지음
박종성 옮김 l 창비 l 301쪽

아인슈타인은 "과학자는 공식으로 사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의 성과는 면밀한 의도나 계획에서 오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바로 나온다. 나에게는 직감과 직관, 사고 내부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나타나고 말이나 숫자는 이것의 표현수단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 느낌과 직관은 합리적 사고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 사고의 원천이자 기반임을 알 수 있다.
창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느낀다’는 것이다. 느낌과 이미지와 감정의 초(超)논리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 바로 ‘직관’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육시스템은 직관이란 생각도구가 무시되고, ‘창조적 사고 과정’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있다. 이것은 ‘생각하기’의 본질을 절반만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창조적 상상력의 기반이 되는 느낌과 감정과 직관의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명령과 같다. 그것은 교육의 요체다.

역사 속에서 가장 창조적이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관념을 현실의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상상력을 펼쳤을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창조적·합리적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기 전부터 감정과 직관, 이미지와 몸의 느낌을 통해 나타났다 는 점이다.
느낌과 직관은 창조적·합리적 사고의 기반이고 원천이었다. 그들은 작업할 때 느낌과 직관에서 비롯된 13가지 생각도구라는 공통된 연장을 사용했는데 창조적 이해의 핵심인 13가지 생각도구들은 다음과 같다.

1. 관찰(일상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볼 때 찾아오는 놀라운 통찰) 2. 형상화(상상 속에서 사물을 정교하게 그리는 능력) 3. 추상화(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과정) 4. 패턴인식(새로운 생각 찾기) 5. 패턴형성(단순함 속의 다양성 파악) 6. 유추(서로 다른 사물들의 유사성 찾기) 7. 몸으로 생각하기(몸감각과 사고의 일치) 8. 감정이입(완벽한 이해를 가능케 하는 것) 9. 차원적 사고(사고의 폭 넓히기) 10. 모형 만들기(실제를 축약하고 차원을 달리한 시뮬레이션) 11. 놀이(창조적 통찰을 가능케 하는 것) 12. 변형(생각도구들의 연속적·동시적 작용) 13. 통합(느낌과 앎이 통합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이해의 상태).

이러한 생각도구들은 창조적 발상의 근원이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과학과 예술, 인문학, 공학기술의 영역이 서로 넘나들며 놀라운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우리의 창조적 상상력은 생각도구를 사용하는 데 숙달되고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통합적 이해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면서 길러지고 연마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시스템은 이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현행 교육은 지식 습득을 실제 경험과 유리시킨다.
정보혁명의 시대를 사는 오늘, 전문지식의 양은 늘고 있지만 지식은 오히려 파편화되고 학문 간의 교류는 줄고 있다. 이러한 때 대가들의 창조적 사고는 ‘통합적 이해’에 이르는 통로를 열어주며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한다. 창조적 인물들을 보면 그들은 일과 취미를 한데 엮어낼 줄 알았다. 그런 태도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고 혁신가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게 해주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아도 직업에서의 성공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는 IQ나 시험점수 같은 것이 아니고 한두 가지의 강도 높은 지적인 취미나 다양한 여가활동의 여부였다. 이러한 사례는 통합교육의 목적이 경험을 변형할 줄 알고 지식을 통합할 줄 아는 전인(全人)을 길러내는 데 있음을 알게 한다. 전인은 자신의 감각적 체험이 이성과 결합하고, 환상이 실재와 연결되며, 직관이 지성과 짝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가슴속의 열정을 머릿속의 열정과 연합하고, 한 과목에서 획득된 지식으로 다른 모든 과목으로 가는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신(新)르네상스인이다. 통합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그것 하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