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자 거액강연료/「신종 촌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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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회 최고 2천5백만원 받아/보도중립성·비판에 영향 우려
최근 미국에서 현역 언론인들이 취재대상단체에 강연을 해주고 수만달러씩의 거액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신종 촌지」 가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저널리즘 전문지인 『아메리칸 저널리즘 리뷰』 5월호가 주요신문·TV의 현역기자와 칼럼니스트들이 취재대상으로 볼 수 있는 각종 단체로부터 고액사례의 강연을 의뢰받는 실태를 다룬 장문의 추적기사를 게재한 것이 발단. 이 기사는 뉴욕 타임스의 두 기자가 1회에 2만,1만5천달러를 각각 받고 강연을 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가 7천5백달러,뉴스위크지 기자가 5천달러,ABC­TBV 기자가 3만달러,NBC­TV 기자가 1만달러를 받은 사례 등을 폭로하고 있다. 1회 강연에 최고 2천5백여만원의 거금이 취재기자에게 지급된 셈이다.
특히 ABC의 한 기자는 「전미의료보험조합연합회」에서 강연을 해 2만달러를 받았고 CBS의 기자는 한 보험회사의 자회사 모임에서 강연대가로 1만달러를 받았는데 이들 모두가 의료보험 문제를 직접 취급하는 기자여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파문이 확대되자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이자 미디어평론가인 짐 워런은 자신의 칼럼에서 『비록 명목이 강연료지만 취재와 보도의 대상이 되는 단체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받는다면 중립성과 비판적 입장에 부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워싱턴 포스트의 제임스 그래스먼 기자도 즉각 칼럼을 통해 『대기업 대표 등이 기자에게 거액의 강연료를 지불한다면 추후 그 기자에의 연락과 요청이 쉬워지는 것은 당연한 만큼 정치인에게 선거자금을 주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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