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동해안 백사장 모래가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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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안 명물인 백사장의 침식이 심각하다.

최근 몇년새 해안 곳곳에서 백사장 모래가 파도에 유실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나 관계 당국은 정확한 원인 파악도 못한채 응급 복구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 실태=29일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속칭 뒷불마을 앞 해안. 백사장 60여m가 최근 높은 파도로 휩쓸려 나가면서 해안가에 세워져 있던 철조망과 전주.가로등이 쓰러지고 해안도로 가장자리가 무너져 차량들이 위태롭게 운행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양양군 현남면 시변리에서는 해안 침식으로 도로 10여m가 붕괴돼 지나가던 덤프 트럭이 전복되기도 했다.

주민 朴모(45.여.강릉 사천면)씨는 "이달초부터 해안 침식이 시작된 이후 횟집과 불과 5m쯤 떨어진 해안도로가 무너져 내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환동해출장소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백사장 침식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속초시 영랑동 주택가앞 해안에서 침식 현상이 발생한 이후 현재 20곳으로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강릉이 9곳으로 가장 많고 양양 4곳, 속초.고성 각 3곳, 삼척 1곳 등이다.

?원인 및 대책=피해 지역 주민들은 어촌개발사업에 따른 방파제 확장이 백사장 침식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파제가 바다쪽으로 확장되면서 조류 흐름이 바뀌어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지난해 7월에야 침식 원인 규명 및 복구 용역에 착수하는 등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예산 부족에 따른 복구 지연도 백사장 침식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항구적 복구 공사가 추진중인 곳은 속초 영랑동과 강릉 강문동 등 2곳뿐이며 나머지 지역은 대형 마대와 돌망태를 쌓는 응급 복구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이에 대해 환동해출장소 관계자는 "백사장 침식은 지구의 온난화 및 해안과 맞닿은 하천의 퇴적물 증가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현상"이라며 "올해부터 6년간 5백40억원을 들여 대대적 복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동대 해양항만과 김규한 교수는 최근 발표한 동해안 해안침식 관련 논문에서 "프랑스의 니스와 칸느는 백사장 유실로 수㎞에 달하는 해안선이 자갈해안으로 바뀌었다"며 "동해안의 해안 침식은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조속히 체계적 해안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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