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 추출 핵연료봉 300개-北IAEA간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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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시기를 놓치면 측정이 불가능하다며적절한 추후계측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문제의 寧邊원자로 핵 연료봉은 어떠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IAEA등 관계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핵 연료봉의 수효는 3백개로 전체 8천10개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문제의 3백개는 89년 북한이 2개월간 잠정적으로 원자로 가동을 중지했다가 재가동하면서『손상되어 교체했다』고 92년 IAEA에 보고했던 89개에다 그 주변에 함께 장전돼 있는 2백11개를 합한 것이다.
북한이 손상등을 이유로 교체했다고 보고한 89개는 당시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는 89개를 재처리한다 해도 추출해낼 수 있는 플루토늄의 양이 1백g이 채 안돼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양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IAEA가 지난해 영변 원자로에서 나오는 냉각수와 화학물질등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가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즉 그동안 대량의 핵 연료봉 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전제아래예상했던 방사능의 수치와 실제 측정치간의 격차가 너무 커 IAEA는 북한이 당시 연료봉을 89개만 바꾼 것이 아니라 전체를교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기에 이른 것이다.
영변 원자로의 연료봉 8천10개가 모두 교체돼 재처리됐을 경우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인 9㎏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있다. IAEA에 따르면 핵연료봉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방사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자로내 핵심부에 장전된 다른 연료봉에 서로 일정한 수준의「손상」을 주게된다.
이에따라 문제의 89개 주변에 장전돼 있는 2백11개 연료봉들의 손상 정도를 계측할 경우 이 원자로내의 연료봉들이 진짜로86년 처음 가동 당시부터 있었던 것인지,또 북한 주장대로 89개만 교체됐는지 여부와 아니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분량의 연료봉이 교체됐는지를 판단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주에 걸쳐 하루 평균 3백50개의 연료봉을 교체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추세로 볼때 현재까지 원자로에서 빼낸 연료봉 수는 약5천개에 이르며「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3백개는 지난 31일께 원자로에서 빼내졌으리라는 것이 IAEA의 판단이다.
IAEA는 이 3백개가 나머지 5천여개와 함께 냉각수조 안에섞여 일정시간이 흐를 경우 연료봉 교체의 시점을 파악해내기 어려우며 따라서 해당 연료봉에 대한 즉각 계측 또는 안전한 장소내에 분리보관이 안될 경우 사찰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에대해 북한은『연료봉을 40개씩 묶어 나중에라도 계측이 가능하도록 구별해서 잘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IAEA는『현장에서 구분을 안할 경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연료봉 3백개를 둘러싼「위기」는 갈수록 어렵게 꼬 여가고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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