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悖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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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悖는 초목(木)이 아기(子)처럼 처음 자라날 때의 마음()상태다.초목이 싹을 틔울 때에는 왕성한 생명력으로 地表를 뚫는다.그러다가 조금 자라면 너무 왕성한 나머지 제멋대로 마구 자란다.그래서 悖의 뜻은(마음이)「혼란스럽다」가 된다 .
倫은 (人)과 ,冊의 합성자다.은 세개의 선이 모여있는 형태로서「모으다」는 뜻이다.冊은 옛날 종이 대신 사용했던 대나무쪽(,즉 竹簡)에 끈(-)을 꿴 형태다.곧 문장을 한권의 冊으로펴내기(모으기)위해서는 竹簡을 순서대로 배열해야 한다.그래서「侖」은「순서」이며 倫은 사람()의 순서(侖),곧 人倫인 셈이다. 悖倫이라면 人倫을 망가뜨린다는 뜻이다.유교를 중심사상으로 삼았던 우리나라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관계규정에 엄격했다.그래서父子(孝),君臣(忠),夫婦(別),친구(信),어른과 아이(序)간에 철저하게 그것을 적용시켰다.
그중 忠孝는 가장 중시되었던 덕목으로 이를 어긴 逆賊이나 부모를 죽인 자를 悖倫兒라고 하여 극형에 처했다.특히 역적에게는三族을 멸하고 스승에게까지 책임을 물었으며,패륜아는「짐승」으로여겨 최대한의 고통을 느끼면서 죽도록 했다.그 래서 며칠에 걸쳐 살을 저미고 마지막으로 斬首를 했는데 그것이 이른바 陵遲處斬(능지처참)이다.어쩌다가 부모를 죽이는 세상이 되었는지 안타깝다.물질만능의 풍조는 결국 사람도 하나의「물질」로 만들고 만다.悖倫은 필연적인 현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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