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바둑칼럼>아마추어 바둑이라고 깔보아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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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금 日本의 교토(京都)에선 아마바둑으론 세계 최대의 제전인제16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전이 열리고 있지만 바둑계의 총본산을자처하는 한국기원조차 관심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24일 시작된 이 대회엔 세계43개국에서 44명의 국가대표가출전했고 27일엔 우승이 가려진다.北韓은 돌연 불참했다.
한국은 아마國手 金世鉉6단(30.대우)이 출전했으나 우승전망이 희박하다고 본 탓인지 26일 현재 한국기원엔 대회상황이 전혀 입수되지 않고있다.
韓國의 프로바둑은 세계제일이지만 아마바둑은 어언 東洋3국중 꼴찌로 전락했다.이 대회만해도 中國이 10회,日本이 4회,홍콩이 1회 우승했고 韓國은 준우승만 네번했다.84년 劉昌赫6단이중국의 王群(현프로8단)에게 다 이긴 바둑을 놓 쳐 준우승한 것이 우승에 가장 가까이 갔던 케이스였다.
20여년전만해도 東洋3국대회에서 종종 우승했던 한국이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팬은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데 아마바둑은 왜 퇴보하고 있을까.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둑의「품위」문제라고 생각된다.
일례로 호주와 한국의 아마대회를 비교해보자.호주라면 바둑만 따지자면 아득한 후진국.그러나 이 나라의 바둑대회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비록 3~8급들이 선수의 대부분이지만 바둑은 東洋의 道이며 세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공평한 게임이란 인식에 투철하다.판마다계시기가 있고 하루 두판이상은 두지않는다.컴퓨터프로그래머.수학박사.공무원들이 여름휴가를 몽땅 털어 진지하고 정숙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하수들이』하고 웃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한국의 대회장은 속칭 도떼기시장이다.현재 전국선수권은 아마國手戰.학초배. 세실배등 6개.이곳 어디를 가나 공평의 상징인 시계가 없다.2백~3백명이 출전,단 하루반만에 후딱 끝내야 하니 하루 서너판씩 새벽2시까지 강행군한다.황급하고 소란스러운 가운데 심판판정까지 등장한다.
프로바둑도 50%이상이 역전으로 승부가 나는데 판정이란 참으로 어불성설이다.이런 대회에서 국가대표가 나오고 아마최강자가 탄생한다.
고적하고 유장하게 手談을 나눈다는 바둑 본연의 멋은 찾을 수없다.서양에서 들어온 테니스의 경우 연습장에도 구두를 신고 들어가면 안된다.바둑의 경우 서양은 고상하게 질서를 지키는데 한국은『아마추어니까 대충…』하는 식이다.
한국기원은 바둑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마대회에 머리와돈을 좀 써야한다고 생각한다.지난해부터 한국기원이 아마육성을 위해 잇따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아마추어대회라고 깔봐서는 안된다.
그것은 바둑을 깔보는 일이고 우리 것을 깔보는 일이다.
바둑의 국제화 시대에 세계최강을 자처하는 우리가 바둑의 품위를 잃게 한다면 될법이나 한 일인가.한국아마바둑이 東洋3국중 최하위로 전락한 이면에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있다.이런 반성은 아마추어기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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