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한국비료 민영화입찰/첫단추부터 시장경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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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부,세 불리해지자 장외로 뛰쳐나가/삼성­동신주택,“답답하다” 관련설 부인
공기업 민영화를 놓고 벌이는 「별들의 전쟁」이 첫 단추부터 모양새를 구기고 있다. 한국비료 입찰경쟁에서 자신이 없고 세불리가 확실해지자 「장외」로 뛰쳐나가 판을 깬 동부그룹은 경쟁의 원리를 애초부터 외면하고 있다. 24일의 입찰결과 들러리 의혹에 함께 휘말린 삼성그룹과 동신주택은 서로 답답하다며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동부그룹은 되레 『공정한 룰에 어긋난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의혹은 의혹대로 풀어가야 하지만 사태가 복잡할수록 「원칙」으로 되돌아가 일을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영향력있는 「관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흡사 동네 골목길에서의 땅싸움 같은 한비 입찰관련 3개 기업 고위관계자들의 「녹취」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오해없애려 불참… 떳떳한 경쟁촉구/삼성그룹
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동신주택이 막판에 뛰어든 것을 우린들 어쩌란 말인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입찰불참을 결정한 우리 입장인들 오죽하겠는가. 동신측의 경영진이 삼성계열사에 과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동부가 뿌린 자료를 보고 알았다. 설혹 들러리를 세우려했다면 그렇게 유치하게 세워겠는가. 동신측은 우리에게 『우리도 자존심이 있다. 끝까지 입찰에 참여,삼성과 경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부화학은 더이상 흑색선전을 퍼뜨리지 말고 떳떳하게 입찰에 참가할 것을 촉구한다.
◎자본력도 튼튼… 계열사 키우려 참가/동신주택
우리가 삼성의 들러리라니 말도 안된다. 자본력이 튼튼한 우리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한국비료 입찰참가를 검토해왔다. 한비를 인수할만한 능력이 충분하며 들러리 운운에 구애받지 않고 끝까지 한비 입찰에 참여할 것이다. 우리 계열사인 동신건설화학은 비닐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바로 이 회사를 키우기 위해 한비 입찰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동부측이 공연히 우리가 삼성그룹과 무슨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흑색선전」을 퍼뜨리고 있는데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부도 우리와 같이 떳떳하게 입찰에 참가하기를 촉구한다.
◎비료산업 특수성 고려한 방안 필요/동부그룹
한마디로 동신주택의 입찰등록은 무효가 돼야 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입찰방법 자체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
동신주택의 입찰참가는 누가 뭐라해도 삼성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박승훈회장과 이균보사장은 각각 제일모직·제일제당 등 삼성그룹출신인데다 비료산업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게다가 서울 왕십리∼분당선 복선전철공사에서 도급에도 삼성중공업과 컨소시엄으로 참가하기로 돼있다. 비록 물증은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심증은 충분하지 않은가. 이번 한국비료 주식매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비료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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