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우리 아이 독서 지도? 책꾸러기 으뜸맘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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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3주째에 접어들었다. 책 읽기 좋은 가을은 깊어가는데, 우리 아이 손에는 지금 무슨 책이 쥐여 있을까. 책을 읽고는 있지만 과연 읽는 만큼 가슴과 머리에 독서 효과가 스며들고 있을까. 자녀에게 좋은 독서 습관을 심어주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엔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런 부모라면 기나긴 추석 연휴 동안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가을 독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 지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부모들이 쉽게 해볼 수 있는 독서 지도법’을 소개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공감 독서’=독서 지도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학년별 독서목록에 자녀의 독서 수준을 끼워 맞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바로 어제까지 읽던 손때 묻은 그림책을 딱 끊어버리거나 ‘이제부터는 너 혼자 읽어야 해’라고 부모가 손을 떼는 식의 지도는 자녀가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아이북랜드 연구개발실 윤지영 대리는 “아이가 책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가 함께 읽어주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책을 읽을 줄 아는 것과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도 ‘TV가 좋아,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게 좋아?’ 식의 질문은 피해야 한다. TV와 책을 경쟁 상대로 여기게 하면 아이는 쉽고 재미있는 TV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보다는 아이와 의논해 TV 시청 시간과 독서 시간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가 어느 정도 독서에 익숙해졌다면 ‘가족 공감 독서’를 시도해 보자. 자녀와 함께 독서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된 다양한 책을 가족들이 함께 읽는 것이다. 이때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이미 잘 아는 주제보다는 새로운 줄거리와 소재를 가진 책이 좋다.

 자녀가 읽은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땐 진지한 자세로 귀담아듣고 존중해줘야 한다. 아이의 생각이나 질문을 무시하는 태도는 자녀의 독서 의욕은 물론 부모와의 대화 의지도 꺾을 수 있다. 재미를 더하려면 가을맞이 가족 독서여행을 떠나 보자. 만약 별에 대한 책을 가족들이 함께 읽었다면 가까운 천문대로 여행을 떠나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찾아보는 경험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천고마비·天高馬肥)'는 가을, 우리 아이는 독서로 살찌워 볼까.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자녀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해 보자. 자녀의 머리맡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부모에겐 ‘낭독의 즐거움’이 덤으로 따라온다. [아이북랜드 제공]

◆향기 나는 그림책…오감 발달=오감을 활용한 독서로 아이의 독서 흥미를 배가할 수 있다. 특히 향기나 소리가 나는 책을 읽으면 아이의 후각·청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이 발달된다. 평소 생활과 동떨어진 독특한 배경이나 볼거리가 많은 책이 좋다. 어린이 수준에 맞는 언어와 사례인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특히 리듬감이 살아 있는 어휘가 풍부한 책이 아이들의 어휘력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쿵쾅쿵쾅’ ‘사각사각’처럼 울림이 큰 말, 반복되는 말, 운율이 살아 있는 말들을 좋아하고 이를 통해 감성을 키운다.

 더 적극적인 독서활동은 ‘향기 나는 책’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 종이나 향수·귤·레몬·양파 등 향이 나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부모가 함께 책을 만들어 보자. 이미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 손가락 인형을 만들어 부모와 자녀가 인물들의 대사를 흉내 내보는 것도 독서 재미를 더한다.

 ◆잘못된 독서 습관 이렇게 고쳐요=좋은 독서 습관은 자녀에게 평생의 친구가 되지만, 책에서 한번 멀어지기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힘들다. 따라서 현재 자녀의 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화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자녀라면 일단 그림책을 활용하자. 만화만 읽다 보면 아이의 어휘력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글자와 그림이 섞인 그림책에서 시작해 점차 글자 책으로 옮겨가는 적응기를 두는 게 좋다.

 책을 대충대충 읽는 아이들은 ‘독서는 곧 줄거리 읽기’라는 생각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어질 내용을 추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부모나 교사가 줄거리만을 꼬치꼬치 캐묻거나 빨리 읽도록 재촉한 결과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책을 천천히, 즐겁게 읽으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집중력이 약해 책 읽은 지 5분 만에 정신이 딴 데로 쏠리는 아이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부터 읽게 해야 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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