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교통大亂에 날아간 일당 15,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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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노량진수산시장에서 잡일을 하는 朴順妊씨(45.여.인천시북구부평동)는 19일 하루 일당 1만5천원을 모두 「날렸다」.
朴씨가 파김치가 된 몸이지만 『오늘도 생활비는 벌었다』는 뿌듯한 심정으로 인천행 전철을 탄것은 오후 8시40분.
전철안에서는 『구로역까지만 운행된다』는 안내방송이 계속돼 朴씨는 『버스를 타고 고생좀 해야겠구나』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오후9시쯤 도착한 영등포역은 이미 「전쟁터」였다.
인천.부천행 버스승강장은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밀려나온 수많은 인파로 밀리고 당기는 아수라장이었다.
누군가 『줄을 섭시다.차례를 지켜요』라고 외쳐댔지만 공염불일뿐이었다.
몇십분에 한대꼴로 버스가 도착하긴 했지만 힘센 젊은 남자들이달려들어 주위 사람들을 밀치고 올라타는 바람에 여자나 아이들.
노인들은 번번이 떠밀려야 했다.힘센 어른들에 밀린 열살쯤 되는여자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아무도 그 에 관심을 두는사람은 없었다.
朴씨는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렸지만 택시타기도 「하늘의 별따기」이긴 마찬가지였다.
경찰관들이 도로에 나와 인천.부천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은 무조건 합승을 시키고 있었지만 택시운전사들은 대목을 만난듯 『따블』『따따블』을 외치는 손님들만 골라태웠다.
朴씨는 고교생인 아들과 딸의 아침식사와 도시락 준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그것도 사정을 해서 1만5천원을 주기로 하고 간신히 택시를 「얻어」탔다.
그러나 하루종일 벌어들인 1만 5천원을 귀가길 택시비로 날리고 하루를 공친 朴씨는 허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화물열차 9량의 탈선으로 마비된 서울교통,양심과 질서는 사라지고 약육강식만이 판친 밤,하루 일당을 교통비로 날린 朴씨….
수도서울의 또하나「부끄러운 자화상」이다.
〈兪翔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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