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의영웅>3.다슬이 심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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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MBC-TV『마지막 승부』는 여러명의 청춘스타를 만들어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인물은 심은하(22)다.그는지난해 9월 MBC공채로 입사,『한지붕 세가족』에 6회 출연한것이 연기경력의 전부인 신인이었다.그러나『마지 막 승부』출연이후에는 CF모델료 1억원대를 호가하고 컴퓨터통신 하이텔에는 다은회(극중배역 다슬이와 은하의 합성어)라는 팬클럽까지 생겼다.
한마디로 졸지에 스타가 된 것이다.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유명인이 돼 있더라는 영국시인 바이 런처럼.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연예인은 심은하뿐만이 아니다.서태지도 1집『난 알아요』를 내자마자 신세대의 우상으로 떠올랐었다.이들의 공통점은 팬층이 주로 10대와 20대초반이라는 점이다.그러나 서태지와 심은하는 한가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서태지가 전혀 새로운 노래.춤.의상으로 그들만이 즐길수 있는 또래문화를만들어냈는데 비해 심은하에게서는 아무런 신세대적인 특징이 발견되지 않는다.
『마지막 승부』에서 심은하가 맡았던 배역 다슬이를 보자.긴 생머리,조용한 목소리,수줍어하는 듯한 태도,그리고 두 남자 사이에서 자신의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고전적인 여자의 이미지.어디를 봐도 그는 자기표현이 강하 고 발랄하며 자유분방한 신세대여성의 이미지가 아니다.오히려 70년대에 인기를 모았던 순정만화의 주인공같다.
심은하를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들어 놓은 일등공신은 바로 이 소녀적인 이미지다.90년대 들어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스타들의 공통점은「신세대표」를 상표로 내세웠다는 점이다.기존의 가족관계를 완전히 뒤엎는 태도로 남편과 시부모를 대했던『 엄마의 바다』의 고소영,가요계의 서태지,트윈엑스 광고속의 이병헌과 김원준등.그러나 이들이 대표해온 신세대의 정체성은 신세대들 스스로도부정하는 부분이 많을 만큼 실제보다 과장되고 왜곡된 부분이 많았다.여자를 좋아하는 취향도 그중 하 나다.
요즘 웬만한 드라마에는 신세대여성이 한명쯤 등장한다.이들은 대체로 자유분방하고 남녀관계에서 실제적인 평등을 주장하고 자신의 일을 갖는다.그리고 이들은 순종형의 여자보다 남성들로부터 연애의 대상으로 인기가 높다.이같은 상황 설정은 앞으로 우리사회가 성취해야할 비전을 표현하고 있을뿐 현실은 아니다.
가장 신세대의 이미지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광고도 마찬가지다. 상당기간 젊은이들은 이들 기업의 메시지에 동조했다.상품을구매하면서 광고에서 보여주는 신세대식 삶의 방식에 동참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범람하는 신세대 이미지들로 그러한 삶의 방식자체가 진부해졌고 나아가 그 것이 현실이 아닌 환각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화면으로 보기엔 고교때 짝사랑하던 이웃집 여고생같기만 한 심은하.그가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왜곡된 자신들의 이미지에 대한 신세대들의 무의식적인 집단반발이 아닐까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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