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슛시비 용산高,시상방해 추태-中高농구 경복.용산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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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선수들은 코트에 주저앉아 판정에 불복하고 감독.코치는 고성을지르며 항의하고 응원단은 북치고 노래부르며 시상식을 방해하고 지도교사들은 나몰라라 방관하는 기막힌 장면이 고교농구대회에서 연출됐다.
94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 결승전이 벌어진 17일 장충체육관.
남고부 결승에서 용산고가 62-60으로 앞선 가운데 경기종료를 불과 0.4초 남기고 경복고의 마지막 공격이 펼쳐졌다.
부저소리와 함께 던진 경복고 崔庭源의 3점슛이 골인되면서 63-62로 경기는 끝났다.
용산고 선수들과 5백여 응원단은 망연자실,말을 잊었다.
그러나 용산고 감독.코치가 본부석으로 달려가『부저를 너무 늦게 울렸다』며 항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0.4초안에는 도저히 슛을 던질수 없고 따라서 마지막 슛은무효』라는 주장이었다.
고개를 푹 숙인채 벤치로 돌아갔던 용산고 선수들은 곧 플로어로 나와 빙 둘러앉은채 침묵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플로어를 점거(?)하는 바람에 곧 진행될 시상식이 지연됐다. 연맹임원들의 설득으로 선수들은 약 5분만에 철수했으나시상식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응원단이 시상식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북을 치고 노래부르고 함성을 지르는 바람에 시상식은 수라장이 됐다.
시상식에 참석했던 중학생선수들과 가족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0여분이 지났을까 용산고 선수들은 그대로 퇴장해버렸고 학생단체응원단을 인솔하고 나온 5~6명의 지도교사들은 그때까지 학생들의 시상식 방해를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교감선생님이 나섰다.
『우리가 이긴게 틀림없으나 이 정도로 해두는게 좋아요.그래야용산고가 명문고라고 할거 아닙니까.깨끗이 승복하고 갑시다.그게남자야.』 그러나 교감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는 동안에도시상식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용산고의 감독.코치.선수.교사.학생들이 혼연일체(?)가돼 보여준 모습은 과연 학생스포츠가 존재해야만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孫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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