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평>표준화 노력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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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럽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큰 도시의 법원 앞에는 정의의 여신(JUSTITIA)상을 자주 볼 수 있다.그런데 이 여신상은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들고 있는 저울로 罪와 善의 양을 측정해 칼로 심판하는데 심판할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상대방의지위고하.친분등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가렸다고 한다.數理에 밝았던 그들은 일찍부터 일상생활에 저울.자등과 같 은 측정기기를사용해 사물의 크기.무게등을 측정하여 비교 판단했고,그것을 선과 악을 판단하는 상징적인 도구로까지 승화시킨 것이다.
일상생활이나 상거래에서 길이.부피.무게를 측정할때 통일된 측정기준과 정밀 정확한 측정도구가 사용되면 그 사회에서의 상거래는 공정해지고,사회는 질서를 잡게 된다.따라서 옛날부터 한 국가가 수립되면 측정제도 즉 度量衡制度를 정비하곤 했으며,그 좋은 예가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후 국가경영을 위해 정비한 것이화폐.문자 그리고 도량형제도의 통일이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과학기술이 발달해 모든 제품의 부품 수가많아지고,정교해지고 또 교역이 증대해 視空間的으로 좁아진 지구촌에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측정의 단위를 사용하고 정밀 정확한 측정으로 제품의 질을 높이는 도량형제도 즉 오늘날의 표준제도 확립은 공업입국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표준제도의 정착은 표준과학연구원이 설립된 75년부터 시작되어 1백년이 넘는 선진국에 비해 이제 20년도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그러나 짧은 역사에 비해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고,그 결과 국제도량형총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8개의 자문위원회중 6개 자문위원회에 정회원국으로 피선되기에 이르렀다.따라서 우리나라의 표준연구는 이제 선진국 대열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그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창조적 연구성과를 올려야 하며,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은 물론 정부의적극적인 지원과 아울러 국민 모두의 성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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