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를 보는 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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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18면

이번 주를 맞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고민에 싸여 있는 사람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를 논의할 1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그는 소신과 현실 사이에서 한사코 말을 아껴왔다.

시장의 압력은 거세다. 이미 0.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FOMC 회의에 집중되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가 글로벌 자산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통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2003년 이후 주식·부동산·원자재 등 글로벌 자산가격이 급등했던 것도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저금리 정책기조를 유지한 덕분이었다.

금리하락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돈으로 표시되는 자산가격을 자극하게 마련이다. 특히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면 가격상승은 배가된다.

하지만 금리하락이 자산가격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제조건으로 실물경제가 튼튼해야 저금리와 자산가격 간 상관관계는 높아진다. 경기가 침체하고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는 돈이 아무리 많이 풀려도 잘 돌지 않아 자산시장의 어려움은 지속된다.

2001년 미국 상황이 그랬다. IT버블 붕괴와 함께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지자 미 FRB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6%였던 연방기금금리를 단번에 1%대까지 끌어내렸다. 그럼에도 이미 내리막길로 접어든 경기는 상당기간 더 나빠졌고 자산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소기업들은 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맸다. 그렇게 1년여 시간이 흐른 2003년 상반기에서야 경기 회복이 가시화했고, 자산가격은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미국의 주택버블이 터질 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유럽 각국은 서둘러 돈을 풀고 금리도 내릴 태세지만, 돈은 잘 돌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영국의 5대 주택금융회사인 노던록이 자금난에 처했고, 예금자들은 돈을 빼가기 위해 장사진을 쳤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금융회사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이번에도 관건은 실물경기의 흐름이다.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의 성장을 이어간다면, 서브프라임 사태는 한바탕 소동 정도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률이 1%대 이하로 하강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과연 어떤 경로로 갈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빴지만, 지난 주말 나온 소비지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전문가들은 서너 달 기다려봐야 글로벌 경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주에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호재성 재료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증시가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될지 여부가 20일 결정된다. 선진국 시장 대접을 받게 되면 그만큼 투자 저변이 넓어져 주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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