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자꾸 화만 내고 … 여자 마음은 수수께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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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자, 여자를 해석하다
허브 골드버그 지음
진성록 옮김,부글북스
320쪽, 1만3000원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휴일도 반납하고 밤낮 없이 일에 몰두하며 가족을 위해 이 내 한 몸 바쳤건만 결국 ‘찬밥’ 신세가 돼버린 중년 남성들. 그들은 과연 무슨 ‘죄’를 저질렀을까. 캘리포니아 주립대 심리학 교수인 지은이는 “여성의 심리를 몰랐던 죄”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생의 패배자가 됐다”고. 남자들이 대인관계를 처리하는 과정 혹은 방식은 아내나 파트너, 자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화나게 만들고, 소원하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남자 본인들은 그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단다.

 기혼남성만이 아니다. 여성과의 관계 맺기에 늘 삐걱거렸다면, “여자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어”라고 짜증을 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은 알짜배기 참고서가 될 만하다. 신랄하고 흥미로운, 그래서 밑줄을 쫙 그어두고 싶은 지적과 분석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남자다움 중독(masculine addiction)’이다. “‘남자다운’ 존재가 되는 일에 코를 박고 지내는 사이에, 남자들은 그만 자신의 이미지와 환상의 노예가 돼버려 대인관계 능력을 크게 파괴한다.” 그런데 남자들이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남자들은 사랑을 잘 하지 못하거나 관계를 잘 맺지 못해.”

 남자들이 워커홀릭에 성공지향적이라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여자들에게 매력적이고 섹시하고 바람직하게 비치는 남자는 권력이 있고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런 남자에겐 성공이 목표다. 구원자·보호자·부양자로서의 역할은 인간 존재로서 그 사람의 자질과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파트너에게서 가장 바라는 것이 그런 인간적인 자질이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여성도 자신 안에 숨은 엄청난 모순을 깨달아야 진정한 남녀관계, 아니 인간관계의 완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은이는 여성을 이해하려면 여성의 ‘프로세스(과정·작용)’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도 말한다. 표면적 행동이 아니라, 그 밑에서 작동하는 ‘자기방어적 여과기’를 찾아내면 ‘수수께끼의 그녀’가 비로소 ‘내 안의 그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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