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리포터 삶의 현장누벼CATV출현에 수요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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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리포터는 다양한 삶의 현장을 마이크 달린 소형녹음기에 담아청취자들에게 전달합니다.그 1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짧은 방송속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풀어내야 하는,힘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이지요.』 85년1월 아나운서직을 그만두고 현장취재 인터뷰를처음으로 맡아 안산공단에 취재나갔던 시절부터 리포터직에 매료돼10년 가까이 현장에서 뛰고 있는 리포터 세계의 최고참인 白連淑씨(47)의 얘기다.
라디오든,TV든 방송프로의 중간중간마다 「톡톡 튀는 듯한 음성」으로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주는 여성들이 바로 리포터다.리포터 세계엔 아직껏 남성은 없으므로 리포터는 곧 여성이다.
80년초 방송프로의 잡일을 도맡아 해주는 보조역에 서 시발된 리포터는 각 방송사에 소속된 숫자만도 현재 1백50여명에 달할정도로 세력을 넓혀 독자적인 전문분야를 형성하고 있다.
리포터가 하는 일은 의외로 다양하다.생방송프로에서 중계차를 직접 타고 돌아다니면서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일,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시민들의 반응을 따오는 일(인설트커팅),서울시경.강남교통관제센터와 같은 교통포스트에 위치해 교 통정보를 제공하는 일,한 프로 안에서 또다른 작은 프로(패키지프로)를 맡아 기획.취재.편집.진행에 이르는 방송의 전과정을 도맡아하는 일등이다.
이처럼 리포터들이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그 영역을 넓히면서여성들의 선망의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그에따라 리포터들간에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됐다.MBC의 경우 산하 방송문화원에서 6개월과정을 수료하고 엄격한 오디 션을 거쳐야만전문리포터로 뛸수 있는데 보통 2년마다 10명 안팎의 소수정예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방송국들의 경우 PD의 요청에 따라 스카웃되더라도 오디션을 통과하도록 돼 있어 입문부터가 쉽지 않다.리포터로서는 최초로 라디오광고까지 탄 MBC라디오 閔聖喜리포터(31)는『리포터의 세계에서는 「대타일때 기회를 잡아라」는 말이 있다』며 『어쩌다 한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채는 것도 능력』이라고말한다.이러한 경쟁의 이면에는 프리랜서로서의 불안감이 배어있기도 하다.방송국 정규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다 인사상 불이익 에 대해 하소연할데도 없기때문이다.
또한 고정프로를 맡으면 월 수입이 1백만원정도 되며 능력에 따라 다른 일반프로에 나갈 경우 한번 출연에 보통 2만7천원정도로 수입이 생각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포터직의 전망은 밝다.기존의 방송프로가 다양화하면서방송PD들이 능력있는 리포터를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고 케이블TV의 출현으로 리포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맹렬하게 활약하는 리포터들이 꼽는 성공의 조건은 무엇일까.오는 5월 『리포터의 세계』(현민시스템刊)라는 제목의 리포터 입문서를 내는白連淑리포터는 『정확한 발음및 언어구사는 기본이고 건강은 리포터 일을 지속하는데 필수지만 아무래도 리포터로서의 성공여부는 생방송현장에서 발동되는 순발력과 끼에 달려있는 것같다』고 말한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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