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비행은 아찔할 때 많아”/각국 조종사들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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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영어로 좌우 모르는 관제사 많아 “진땀”/정비 안해 새 비행기 18개월이면 고물
2백63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만 중화항공 여객기 사고에 이어 중국의 극히 불안전한 항공체계가 국제회의에서 폭로돼 중국계 항공사들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제49회 국제파일럿연맹의 연차총회에 참가한 조종사들 인터뷰 기사에서 『중국에서의 비행은 한마디로 지옥』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들 조종사들이 경험담으로 밝힌바에 따르면 중국의 항공관제사중엔 영어로 왼쪽·오른쪽을 구분못해 곧잘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는가 하면 운항에 절대 필요한 장비가 몇달동안이나 가동이 안되는채 운항이 계속되기도 했다는 것.
특히 턱없이 부족한 항공인력을 메우기 위해 급조된 미숙한 관제사들이 이·착륙때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정비불량으로 인해 새 비행기는 18개월이면 고물로 전락하고 폭주하는 항공수요 때문에 승객은 물론 승무원들이 한 좌석을 나눠앉는 기상천외한 편법운항까지 강행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발표된 한 항공보고서는 『중국의 여객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내전이 한창중인 사라예보 거리를 걷는게 더 안전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번에 사고를 낸 중화항공도 평균사고율이 국제기준보다 무려 6배 이상이나 높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제항공 전문잡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84년부터 93년까지 10년동안 전세계의 평균 항공사고율은 비행시간 1백만시간당 0.835회. 그러나 중화항공은 84년이후 1백만시간당 5.3회의 사고를 기록,국제평균치보다 약 6.35배 높았다. 이렇게 중국계 비행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중국이나 대만측은 개선책 마련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홍콩=유상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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