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쇠고기 수입 압박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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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두번째 한.미 고위급 회담이 어제 열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 연말 광우병 발생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대책이 강화되었다고 설명한 데 이어 이번엔 농무부 차관을 보내 다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 조치를 풀어달라는 직접적인 요구는 없었다고 하지만, 조기에 수입을 재개해 달라는 우회적 요구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는 무리한 요구다. 정부가 미국 내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 사안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다.

특히 미국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해 유통될 가능성 때문에 국내 쇠고기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시점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한 상황이다. 입장을 바꿔 미국이 수입국이었더라도 우리와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단호하게 유럽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던 미국 아닌가. 또 안전성이 1백% 보장되기 전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시장이 이를 기피할 것이라는 점을 미국 정부는 알아야 한다.

미국이 이 문제를 통상마찰로 끌고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초 미국이 당초 예상을 깨고 우리나라를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한 것도 쇠고기 수입금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 건강문제는 통상마찰과 전혀 별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행여 통상마찰을 우려해 쇠고기 수입문제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미국도 이 문제를 잘못 처리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반미 정서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 양국 간의 감정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기 이전에 수입 재개를 검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