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선거 민자당 후보/정치인 아닌 「살림꾼」에 비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방경영도 기업체처럼” 잇단 강조/사전영입 필요… 당선가능성이 문제
민자당이 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때 「경영마인드」를 후보공천의 주요기준으로 삼겠다는 방향을 결정한 것은 단체장선거의 성격은 물론 시대조류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단체장선거는 과거 군사정권시절 투쟁경력이나 정치적 카리스마 등에 의한 소위 「바람몰이」 인물보다는 그 지역의 살림을 잘 챙길 수 있는 인물을 우선 공천대상자로 뽑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림의 핵심인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활기가 넘치게 경제형 자치단체를 꾸릴 수 있는 사람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인맥에 밝거나 줄을 잘타는 사람들이 대체로 물망에 오르는 시대는 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정목표인 국가경쟁력 강화에 걸맞은 능력과 이미지를 갖춘 사람의 전성시대가 단체장선거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문민정부가 「주식회사 한국」의 사령탑처럼 경영전반을 챙기고,김영삼대통령이 「국제세일즈맨」이 되겠다고 나선 마당에 경영과 관리문제가 체질적으로 몸에 밴 사람이 선호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
김 대통령의 이런 의욕이 자연스레 민자당에 전달된 탓인지 당의 모든 인사기준이 벌써부터 경쟁력·경영마인드와 연관돼 있다.
김종필대표는 당직자와 당원들에게 기업못지 않은 경영마인드를 가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문정수총장은 이미 당직자 전원을 기업연수회에 보내 기업의 벤처정신을 공부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며 「경영마인드와 공천의 함수관계」를 찾으려하고 있다.
이런 시사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이세기 정책위 의장이 4·19세미나 참석차 광주에 내려가 『기초·광역단체장은 물론 그 의회의장·의원은 치열한 국제경쟁력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국제적 안목이 있어야 하고 어제보다는 오늘,오늘보다는 내일을 내다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일꾼이어야 하며 경영마인드와 기업가적 자질을 갖춘 능력있는 봉사자라야 한다』고 강조한데서 분명히 드러나 있다.
이 의장은 또 『김 대통령의 각종 회견에서도 입증됐듯 지역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 당이 최우선해 취하고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이와함께 『지역의 발전이 국가발전으로 환원되고 국가발전이 지역으로 환원되는 중앙과 지방의 유기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체제가 수립돼야 한다』며 경영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내년의 단체장선거는 무한경쟁의 국제화시대를 대비하는 또다른 국가체제를 수립할 계기며 당은 기업가적 모험정신과 경영자적 자질을 갖춘 인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실현성에 있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우선 당선가능성이며 정치적 지명도가 선거 때는 우선 고려대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자당은 경영마인드를 갖춘,예컨대 기업가 출신·경영전문인을 다수 사전영입해 정치적 감각을 익히게 할 작정이다. 또한 지방선거 희망자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미리 공부하라고 강조하고 있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