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차 개혁연정(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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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혁일본을 지향하는 연립내각이 두번째로 출범한다. 새 내각이라곤 하지만 사임한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전 총리 때처럼 8당 연립내각이란 점엔 다름이 없다. 성격이나 정책방향도 1차 개혁내각과 대동소이한 정권이다.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당끼리의 내각이라는데서 앞선 내각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정권은 못되겠지만 2주일이 넘는 공백끝에 일본이 일단 정국안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을 환영한다. 새 내각을 이끌 하타 쓰토무(우전자)씨도 호소카와 전 총리 못지않게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의 정책구상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기대해 볼만하다.
하타 새 내각이 해결해야 할 일은 물론 간단한 것들은 아니다. 침체에 빠진 일본 국내 경기를 회복시키는 일에서부터 연정 최대의 난제로 꼽히는 세제개혁,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등 다급한 과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새 정권의 역량이 평가되고,그 운명이 크게 좌우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새 내각이 이러한 문제들을 원만히 수습해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되기를 바란다. 요즈음과 같은 격동기에 이웃 일본이 국내 안정을 기반으로 국제적으로 기여해야 할 일이 많고,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타 새내각의 등장에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문제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역대 일본정권에 대해 줄곧 가져왔던 한일관계의 장래,과거 역사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한반도 안정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다.
한일관계의 장래와 관련해 우리는 적어도 호소카와 전 총리 정부 때처럼 지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두나라의 과거문제에 대해 솔직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하타 새총리 역시 이 문제에 관한한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새내각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기에 『일본의 과거문제가 화제로 되는 것은 정식으로 사죄의 뜻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사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하나 한반도 안정과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북핵과 관련된 그의 생각이다.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자는 그의 생각에는 우리도 찬동한다. 다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그가 내놓은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을 위해 일본의 개헌문제를 거론한 것은 좀더 신중을 요하는 일이라고 본다. 그의 이 말은 북핵문제로 한반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유엔이나 다른나라와의 협조를 통해 무력으로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냉전시대에도 평화헌법으로 일본이 번영하고 안정될 수 있었다는 점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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