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도 존경받는 직업(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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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전 10시쯤 느지막하게 출근해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마시고 있다가 점심식사를 하고는 오후에 한 과목 강의를 한다. 그리고는 적당한 놀이를 찾아 취미생활을 즐긴다. 토·일요일은 완전휴일이고 학생행사가 있을 때는 또 적당히 휴강한다….』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대학교수가 그렇게 인기있는 까닭을 알 것만 같다.
이 글은 어느 대학교수가 최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 『대학과 교수사회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책의 일부 내용이다. 『연구는 대학원생들을 적당히 주무르면 무언가는 나온다. 연구비는 능력이나 실적에 상관없이 「민주적으로」 공평하게 나누어지는데 굳이 연구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의 저자는 자기가 속한 교수사회의 병폐를 통렬하게 지적하면서 『나자신부터 개혁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각종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데 교수사회만은 개혁에서 제외돼 있다』면서 『대학사회는 경쟁이 없는 사회이자 그 어느 누구도 책임과 임무를 따지지 않는 사회,대학교수는 놀고도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교육이 팽창한 양만큼 질이 따르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교수가 스스로 밝힌 교수사회의 실상이 이 지경인 것을 보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제화다,경쟁력 강화다 하지만 그 가장 밑바탕이 될 대학교육이 이래서야 될 일이 없다. 이런 교수들의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에게 무슨 경쟁력이 있겠는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대로 교수사회의 개혁이 최급선무일 수 밖에 없다.
경쟁이 심한 미국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새벽 1,2시까지 연구실에서 틀어박혀 있는 것이 보통이고,그래서 견디다 못한 아내들로부터 이혼당한 교수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런 미국 교수들처럼 이혼까지 당하지는 않더라도 우리 교수들도 최소한 교수라는 직업에 걸린 일반의 기대정도는 따라갈 자기축적은 해나가야 한다. 이 책을 보고 마음이 찔리는 교수들은 마땅히 대오각성해야 하고,당국은 당국대로 교수사회의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런 책이 나왔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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