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삶>7.사랑의 전화 상담원-이웃과 나누는 삶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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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여성의 전화」의 중년 여성 상담원들은 상담내용을 통해 기구하고 슬픈 여성들의 인생을 다양하게 만난다.그들은 상담자들과 함께 분노하고 울고 웃으며 우리사회를 배우고 이웃과 나누는 삶의 소중함,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여성의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나 자신의 삶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입니다.가정일이 이제는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기쁨으로 하는 일이 된거죠.』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10년째 책임상담원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李貞順씨(46).그는 올해 대학을 졸업한 큰딸등 3명의 자녀를 혼자 책임지고 있는 주부가장이다.어느날 갑자기 닥친 남편의 有故에도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던 그가 꿋꿋하게 설수 있었던 것은『순전히 상담원 활동의 경험 덕분』이라고 확신한다.
아내구타.성폭력.남편외도.고부간 갈등등 여성이 겪는 고충을 전화.면접을 통해 상담하고 구조활동을 벌이는「한국여성의 전화」에는 30여명의 상담원들이 시간대별로 무료상담을 하고 있다.이중 李씨와 같은 40~50대 중년여성은 10여명.
이들은 주1회 사무실에 나와 전화.면접상담을 벌이며 월2회 쉼터(매맞는 아내들의 임시 피난처)를 위해 운영방안등을 논의하기도 한다.
3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선진국 여성들의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인 생활에서 충격을 받은 것이 상담원을 자원한 계기가 됐다는金貞淑씨(44).
『파리에서 생활할 때였어요.아이의 학교 학부모들 모임에서 한프랑스 여성으로부터「당신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느냐」는질문을 받고는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金씨는 상담원 활동을 시작하면서 성격이 무척 밝아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 했다.
이들은 내담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여성들이 겪는 많은 문제가 결코 나만의 문제,한가정의 문제만이 아니고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고한다. 남편으로부터 다른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는 이유로 칼.망치등 흉기로 온몸을 두들겨맞은 여성,말을 안듣는다며 담뱃불로 살갗을 지짐을 당하고,아이들.시부모앞에서 온몸을 구타당하는 여성을 만나면서 같은 여성으로 슬픔과 치미는 분노를 억제 하지 못한게 한두번이 아니다.초보시절엔 한번 상담을 하고 나면 온몸이 부들거리고 정신이 아찔해지는등 악몽을 꾼 것같은 후유증이 3~4일간 계속되기도 했다.
올해로 9년째 상담활동을 해오고 있는 殷熙珠씨(45)는『많은여성들이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고 아이들과 헤어질수 없다며 어쩔수 없이 폭력이 난무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때 가장 가슴이 아파요』라며 상습 폭력남편의 격리수용과 재교 육의 필요성을주장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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