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과 방송의 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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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지역민방 설립허가 방침은 방송정책의 또 하나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미 정부는 서울방송(SBS)의 설립을 허가함으로써 방송체제를 공·민영 혼성체제로 바꿨고,케이블TV 설립을 허가함으로써 무선파방송 독점시대에 종지부를 찍은바 있다.
이번 지역민방 설립허가 방침은 TV방송사 소유권의 지방분점을 가능케 했고,아울러 지방주민의 채널 선택권을 확대한데 그 뜻이 있다. 정부는 우선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4개 직할시에 TV방송사 설립을 허가하고 점차 도청소재지 등 10여곳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000년안에 전국이 무선파 민영TV의 가시청권내에 들게 됨으로써 조만간 시청하게 될 케이블TV 방송·위성방송 등과 더불어 전 국민은 방송문화의 향수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명실공히 방송문화의 발전을 가져오려면 우선 문화산업에 이해가 깊고 재무구조가 건실한 사업주체가 선정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번 케이블TV 사업자선정 때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그때도 전혀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닌 만큼 이번에는 보다 공정한 선정작업이 요구된다.
특히 민방 프로그램은 공공성 보다는 상업성에 치우친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여부를 심사기준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방의 전국 확산을 계기로 신설 방송은 물론,기존방송사의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다시 한번 강구돼야 한다.
지역민방은 자체 프로그램을 15% 이상 제작하고 나머지 85%까지는 기존TV 등과 제휴,방송하게 돼있다. 따라서 지역민방이 특정민방과만 제휴하는 상황을 미리 상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딴 채널에서도 우수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제휴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개방해두어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케이블TV와의 제휴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새로 민방채널을 접하는 지역민에게 가급적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좋은 프로그램은 결국 교육적이고,정보제공적이고,흥미가 있어야 한다. 프로그램의 장르가 어떻게 다르건 좋은 프로그램의 요체는 여기에 모아진다. 그러나 공영이건 민영이건 우리의 기존 TV방송이 이 요체를 확신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개중에는 뛰어난 프로그램도 많지만 낯뜨거운 저질 프로그램이 특히 민방에 많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일반적 반응이다.
따라서 정부는 방송문화의 만개를 계기로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참여의 문호를 확대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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