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지도 만든 심동수양-신세대 전용서 직장인 단골집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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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홍대앞」이라고 신세대 대학생만 있는게 아니예요.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카페는 고교생들이 많고,찾기 쉬운 길목에 자리잡은카페에서는 넥타이 차림의 회사원들이 금방 눈에 띄죠.』 종로.
홍대입구 두 카페촌을 지도에 담은 여대생 심동수양(21.동덕여대 3년)이 말하는 최근 카페지형의 변화다.
『종로는 이제 회사원 「아저씨」들의 전유물이 된 것 같아요.
1학년때만해도 멋모르고 드나들었지만 지금은 왠지 거리감이 느껴져요.』 심양이 카페지도 만들기에 나선 것은 1학년 겨울방학때인 93년1월.미팅장소로 정한 카페를 찾지못해 두어번 펑크내고나서였다.종로2가 모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주변 카페골목을 샅샅이 누벼 열흘만에 카페 30군데를 지도에 담았다.선정기 준은▲편안한 느낌의 밝은 조명▲푹신한 좌석▲학생들에게 이름이 알려진곳등 세가지.
탁트인 공간에 빠른 음악이 흐르는 신세대 카페에서 대학 고학년생~20대 후반이 즐겨 찾는 클래식 카페까지 웬만한 곳은 빠짐없이 기록했다.
첫 작품이 친구들에게 호평받자 2학년 여름방학때는 홍대입구 지도만들기에 착수했다.여기에는 학생들이 명명한 거리이름도 발굴,수록했다.
카페가 적어 호젓한 홍대 왼쪽거리는 연인들이 마음껏 얘기를 나눌 수 있는「언매리드(미혼)거리」.또 홍대 맞은편 외국 옷가게 밀집지역은 최신 유행 옷차림을 한 젊은이들 때문에「히피족의거리」로 불린다는 것.
심양에 따르면 요즘 카페는 신세대들이 집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으로 삼을 수 있는「해방구」기능을 부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테이블마다 시내통화를 할 수 있는 전화기를 설치하거나,독립된방을 여러개 마련한 카페가 느는 것은「자기 세계」를 갈구하는 신세대의 속성을 겨냥한 영업 전략이란 풀이다.
『마주 앉기보다는 처음부터 같은 소파에 나란히 앉는 커플이 많은데서 알 수 있듯이 상대방조차 얼른 자기속에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게 신세대』라는 심양은『그렇지만 분위기에만 이끌려 카페를 찾는 젊은이는 자기 세계 실현과는 거리가 먼 상술의 희생자에 불과할 것』이라고 어른스럽게 경고했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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