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거리로 나서 대여 총공세/UR 비준저지위 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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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 실책 계속… 지금이 호기” 정치적 계산/「상무대」 비리도 묶어 샌드위치 압박작전
민주당이 8일 중앙당과 전국 지구당에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비준저지투쟁위원회 결성식과 현판식을 갖고 장외 공세의 깃발을 들었다.
민주당은 이어 9일 재야 농민단체인 「우리 농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주최의 「UR 비준거부와 재협상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가하고 오는 18일께 당주최의 전국집회를 갖기로 하는 등 가두정치의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이 새정권 출범후 거리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UR협정이 타결된 직후에도 가두집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과 민주당의 각오는 그때와 판이하다. 지난 연말에는 느닷없이 닥친 UR파고에 휩쓸려 미처 준비도 못한채 끌려갔다면 이번에는 정부측의 잇따른 실책으로 분위기도 무르익은데다 정치적인 계산도 이미 서있다.
현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출범초기의 호의적인 분위기와 크게 달라졌다고 믿고 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배경에는 이 대표의 의지 외에 김대중씨의 정치적 원격조종도 작용하고 있다』며 『UR문제를 빌미로 재야와 운동권 대학생들의 반응 강도를 측정하는 한편 이 정부를 최대한 흔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역공하고 있다. 물론 이 대표가 강경일변도로 숨가쁘게 내달릴 수 있기까지는 동교동측의 지원이나 승인없이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양측 모두가 시인하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본인의 정치적 계산,즉 3월11일 청와대 영수회담 때의 서운한 감정에다 이번 기회에 정치적 무게중심을 야당으로 가져옴과 동시에 자신의 유약한 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생각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이 조계사 폭력사태와 상무대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의 요건을 갖추려고 국민당·새한당 등과 접촉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UR 비준 반대와 상무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문제가 민주당의 상반기 정국운영의 두갈래 지렛대인 셈이다.
민주당은 장외집회로 여권을 최대한 압박하겠지만 그렇다고 원내정치를 완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극한투쟁을 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에 당내 공감대가 형성돼있음이 여러 대목에서 읽혀진다.
UR비준의 「날치기 통과」를 대비해 카드를 아껴두자는 속셈이다. 이 대표로서야 이런 상황이 나쁠리 없다.
따라서 정국은 당분간 제한전의 양상을 띤 대치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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